본문 바로가기
  •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유용하고 세상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차원 높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본 블로그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잘 간파하셔서 끊임없이
천하대세 흐름 읽기/통찰력과 생존전략

위기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

by 바로요거 2009. 12. 11.

 

위기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배영순 영남대 국사과교수

 

 

바로 얼마 전, 필자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모이는 자리에 불려 나갔다. 지금의 경제위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동창들이 모이는 자리이니까 별 부담을 갖지 않고 가볍게 이야기했다. 그 요지는 대충 아래와 같은 것이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간단치 않다. 세계자본주의 중심부인 월가가 무너졌다는 것은 심장이 한번 멎은 것과 같은 것이며 그만큼 세계경제, 시장경제가 깊이 병들어 있다. 이 병은 쉽게 치유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미국의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수준과 맞먹는 것이고 우리의 경우도 가계부채가 700조원을 이미 넘었고 GDP의 90%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데, 이러한 부채경제-거품경제는 꺼질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른 진통은 불가피한 것이다.

예컨대 소득이 1000만 원밖에 안 되는 사람이 빚을 내어서 2000만 원 규모의 흥청망청하던 호화 생활을 누린 것과 같으며 결국 이제 거품이 꺼지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빚더미 위에서 누리던 시절의 호경기가 쉽게 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은 차라리 무모한 것이며, 부동산투기와 증권투기로 재미를 보던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경제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그 자체가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지도 모른다. 지금의 경제정책이란 것도 거품을 일정 정도 유지하는 것은 되겠지만 거품을 해소시킬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

이러한 필자의 이야기에 대해서 중산층에 속하는 재력가들은 필자의 이야기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이유인즉 ‘배 교수는 너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때도 그랬지만 1, 2년 뒤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며 정부도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어떤 누구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필자인들 어떻게 장담하겠는가? 그러나 필자가 경제위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 그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가령 경기가 쉽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하면, 증권이 2000을 회복하고 집 값이 미친듯이 뛰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면 낙관적이고 희망적이며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 비관적인가? 과연 이런 논법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일까?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며 꺼져야할 것이 꺼진다고 말하는 것은 상식이다. 경제적 합리성에 부합하는 상식이다. 이것이 어떻게 비관적인 이야기인가? 또한 투기가 난무하던 거품경제의 호경기로 되돌아야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어떻게 낙관적이고 희망이란 말인가? 역사는 비관도 없고 낙관도 없다. 역사는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거품은 꺼지는 것이고 사라져야할 것은 사라지는 것이 역사다.

다만 인간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기대치에 맞으면 낙관적이라고 하고 그에 반하는 것이면 비관적이라고 할 뿐인 것이다. 역사는 인간의 욕망과 이해관계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제 갈 길로 가는데 인간이 아전인수격으로 역사의 흐름을 해석하기 때문에 낙관이니 비관이니 할 뿐이다. 우리는 경기순환론적 관점에서 경기회복을 기대한다. 경기는 순환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역사는 순환하지 않는다.

영남대 국사과교수·baeysoon@yumail.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