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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6일 중국은 백두산 등산로 가운데 유일하게 북한과 접하고 있는 남쪽 등산로를 정식으로 개방했다. 남쪽 등산로는 중국에서 백두산으로 올라가는 북, 서, 남 3개 등산로 가운데 유일하게 북한과 접한 관광코스로, 지금까지 간간이 비공식적으로 관광객의 입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이번이 정식으로 개방한 것이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북쪽 등산로와 서쪽 등산로에 이어 남파까지 개방됨으로써 우리 역사의 발원지인 백두산에 오를 수 있는 길이 한결 다양해졌다. 하지만 중국에 있는 3개의 백두산 등산로가 모두 개방될 수 있었던 것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진행해 온 '중국의 장백산 만들기'의 결과라는 인식에 이르면 우리로써는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게 된다.
지난 9월 8일 남쪽 등산로로 올라 온 백두산 천지는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 선명하게 드러난 백두산의 봉우리에 감탄을 하던 것도 잠시, 인근에 있는 중국과 북한의 국경표시인 '4호 경계비'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기념촬영을 위해 4호 경계비에 다가서던 한국인 관광객을 중국 경비원이 제지하면서 소란이 일어난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경계비를 옆에 놓고 기념촬영하고 떠난 직후여서 한국인 관광객의 항의가 거셀 수밖에 없었다.
중국 경비원은 한국인의 접근을 막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조선족 가이드는 "간혹 한국인 관광객들이 경계비에 대고 제사를 지내거나 통곡을 하는 등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중국은 한국인의 백두산 '관광'은 권하지만, 이곳이 한민족의 '상징'으로 읽히는 것을 마뜩하게 여기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한반도 정세변화에 대비해 백두산을 중국 영토로 선전하면서 한국의 색채를 지우고 있는 중국의 치밀한 패권주의의 연장선상에서 나타난 한 단면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 백두산 개발 위해 인프라 확대 '진력'
중국은 백두산을 국제관광명소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0년 백두산을 황산, 태산 등과 함께 중국 10대 명산의 하나로 지정한데 이어 최근에는 국가 지질공원으로 지정해 집중관리 중이다. 또 백두산 지역의 관광자원 개발과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그 주변의 교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최초의 삼림관광공항인 장백산공항이 지난 8월 개항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이 백두산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지난 2006년 7월에 착공해 2년여 만에 문을 연 장백산공항은 폭45m, 길이 2600m의 활주로 1개를 보유하고 있어 보잉 737과 에어버스 320 등 중대형 여객기의 착륙이 가능하다. 장백산공항은 백두산 서쪽입구 도로까지의 거리가 18㎞, 남쪽입구 도로까지의 거리가 97㎞ 되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 자동차로 1시간이면 백두산 서쪽 산정에 도달하게 된다.
또 중국은 2011년 준공예정으로 장춘공항에서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 건설을 진행 중이다. 이 고속도로가 완성되면 지금까지 자동차로 8시간 가까이 걸리던 장춘공항-백두산 간 도착시간이 절반 이하로 준 3시간여 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 길림성은 최근 북경과 백두산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기차노선의 개설도 추진 중이다.
중국 언론들은 최근 길림성 당국이 북경에서 장백산보호개발구에 이르는 기차노선 건설을 위해 현재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차노선이 완성되면 밤에 북경을 출발해 중간에 다른 열차나 교통편으로 갈아타지 않고 바로 그 다음날 아침 백두산에 도착할 수 있게 돼 백두산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교통이 지금보다 훨씬 편리해진다.◇한반도 변화 대비 중국 영토 확립 목표
중국의 백두산지역 개발은 북중 변경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영토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북공정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은 지난 1964년 북한과 조?중 변계조약을 체결해 분쟁상태에 있던 백두산 천지와 두만강, 압록강 상류지역에 대한 국경선을 확정했다.
조중 변계조약에 따르면 백두산 천지는 북한 54.5%, 중국 45.5%로 분할해 천지 서북부는 중국으로, 동남부는 북한에 귀속토록 규정했고, 압록강과 두만강의 모두 451개의 섬 가운데 북한이 264개, 중국이 187개를 분할해 소유하게 됐다.
하지만 조중 변계조약은 정식으로 맺은 국경조약이 아닌 비밀조약이어서 언제든지 국제적인 분쟁사안이 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북한이든 중국이든 어느 한 쪽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효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현력센터 쉐리타이 연구원은 "국제법에 따르면 비밀협정은 양국 당국이 이에 대해 이의를 갖지 않는 상황에서만 유효할 뿐 향후 어느쪽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다시 문제가 되기 마련"이라면서 "남북한 모두 중국의 동북지방에 대한 역사적 연고를 숨기지 않고 이에 대한 쟁론을 확대시켜가고 있는 중인데, 이후 북한이나 통일 이후의 한반도 국가와 국가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 송기호 교수도 "중국의 동북공정은 이런 돌발 상황까지를 염두에 중국의 영토범위를 확정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백두산지역 개발을 단순히 산업기반이 낙후된 변경지역의 관광자원 개발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백두산은 장백산, 한국 색채 지우기 나서
중국은 백두산지역 개발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백두산에서 '한국의 색채'를 지워버리는 작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05년 중국이 백두산 관할권을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길림성 정부에 이관시킨 후 자연보호와 관광개발을 이유로 내세워 백두산 주변에 영업 중이던 한국계 위락시설을 철거했다. 또 중국내에서도 장백산과 같이 사용되던 백두산이라는 호칭을 앞으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오로지 ‘장백산’이라는 중국식 이름이 아니면 상호나 상표에 사용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대외적으로 중국은 지난 2월에는 백두산을 장백산이라는 이름으로 유엔에 세계자연유산 지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북한과의 공동 신청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자연유산이 되면 백두산은 중국의 명산 '장백산'으로 세계에 공인을 받게 된다.
북한이 중국보다 더 많은 백두산 영역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중국이 이 지역을 장백산 자연보호구로 유엔에 등록하게 되면 이제 백두산은 한반도에서만 쓰이는 말이 되고, 공식적으로는 장백산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자체의 존폐위기다. 백두산 관할권이 길림성으로 넘어간 뒤 연변은 경제적으로 크게 위축됐다.
백두산 입장료 수입이 끊겨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데다 백두산 관광의 주요 출발지점이 연변에서 신공항과 고속도로 개통을 앞둔 장춘이나 심양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연변에 사는 조선족 허명호씨는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백두산 관광은 연변의 조선족들에게 지난 10여년 동안 주요 수입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익힌 경험이 중국 각지의 관광지 혹은 산업현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었는데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장백현=김지성 기자
<김지성 기자 lazyhand@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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