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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역사문화/대한민국&한민족

만원짜리 지폐속 한민족의 별자리

by 바로요거 2009. 5. 16.

 

 만원짜리 지폐속 한민족의 별자리

 

[과학칼럼] 새 1만원권 지폐 속 우리 별자리

-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학과 겸임교수-

 

[조선일보 2007-01-20 04:03]    

오는 22일 새롭게 발행되는 1만원권 지폐에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천문학 문화유산들이 대거 등장한다. 세종 15년(1443)에 처음 만들어진 천체 관측 기구인 혼천의(渾天儀, 국보 제230호)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국보 제228호, 1395), 그리고 1996년 경북 영천 보현산 천문대에 세워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1.8m 광학 망원경 바로 그것이다. 19일에는 새로운 1만원권 지폐 발행을 축하하는 천상열차분야지도 심포지엄이 세종대왕 기념관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모양을 기준으로 한 서양의 별자리와 달리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자리들은 동양의 철학 체계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어서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일단 하늘의 중심인 북극성 근처는 하늘의 황제(옥황상제님)가 사는 궁궐로 자미원(紫微垣)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자미원의 옆에는 관리들이 근무하는 하늘나라의 종합청사 태미원(太微垣)이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백성들이 사는 천시원(天市垣)이 있다.

이 세 개의 원을 둘러싸고 동쪽 청룡(靑龍), 서쪽 백호(白虎), 북쪽 현무(玄武), 남쪽 주작(朱雀)의 사령(四靈)이 각각 봄·여름·가을·겨울을 상징하며 하늘을 수호하고 있다. 태양은 일 년을 통해 이곳을 통과하게 된다. 태양이 통과하는 길목에 해당하는 사령의 각 부분을 7개로 나눈 것을 28수(4×7=28, 二十八宿)라고 부른다. 즉 태양이 지나는 이 28수는 서양의 황도 12궁과 비슷하게 태양이 지나는 동양의 황도 별자리가 되는 것이다.

결국 천상열차분야지도 속에 등장하는 우리 별자리는 3원 28수(三垣二十八宿)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는 고대 봉건국가의 구조와 비슷하다. 3원은 왕이 직접 다스리는 수도이고, 28수는 각각의 지방 영주들이 다스리는 봉건 영토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자미원(紫微垣)의 별들은 황제와 궁궐과 관련된 이름으로 이루어져 있고, 태미원(太微垣)은 관료와 관직 이름으로, 천시원(天市垣)은 일반 백성들의 생활과 관련된 명칭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령(四靈)을 통과하는 28수의 이름은 사령의 신체 부위를 뜻하는 말로 이루어져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이야기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등장하는 별자리가 우리의 고대 별자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일반 백성들이 사용해 왔던 별자리와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소지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이 천상열차분야지도 속의 어려운 별자리를 모두 익혀서 농경 생활에 이용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서양의 별자리가 그리스·로마 신화와 밀접한 것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대 설화들도 별자리로 전해져 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별자리들은 모두 모양을 통해 만들어져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백성들도 쉽게 찾고 익힐 수 있었다. 대부분의 백성들은 한자를 거의 몰랐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은 입에서 입으로 후세에 이어졌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한글이 널리 퍼지면서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던 별자리들을 글로 정리할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이 시기 우리는 한일합방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게 된다. 그리고 36년간 우리는 우리말을 쓸 수 없었고, 우리 이야기와 우리말로 된 별자리들은 하나 둘 사라지게 되었다. 새로운 만원권 지폐를 보면서 한 번쯤 안타깝게 사라져간 우리 별자리들의 슬픈 역사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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