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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신앙의 성지, 금산사 미륵전!

by 바로요거 2009. 1. 21.

미륵신앙의 성지, 금산사 미륵전!

백제혼 깃든 금산사 미륵전, 온화미소 민중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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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 기사입력 2009.01.21 08:44

 

【김제=뉴시스】

◇차길진의 산따라 강따라 < 6 > 모악산① 미륵신앙의 성지

미인의 아미처럼 곱디고운 서쪽 지평선을 뒤로하고 탁 트인 호남평야를 달리다보면 별안간 산맥이 우뚝 가로막는다. 사방 백리가 넘는 평지에 가파르게 치솟아 호남정맥(湖南正脈)을 이루니 해발 793m 국사봉을 머리로 이고 있는 모악산(母岳山)이다.

모악산은 '평지돌출산'이다. 사방이 탁 트인 평지 돌출산은 선각자들의 보금자리다.

 

 

모악산은 '고려사'까지만 해도 '금산(金山)'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산 이름은 고찰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기에 '금산사(金山寺)'에서 연유했다고도 하고, 사금(砂金)이 많이 나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어떤 이는 정상 근처의 쉰 길 바위의 형상이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형국이라 하여 '엄뫼'라고 부르다 금산으로 의역, 음역되었다고 하나 왜, 그리고 언제부터 모악이 되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주변 지명이 여전히 금구면(金溝面), 금평(金坪), 김제(金提)로 불리며 금산(金山)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모악산은 미륵의 땅이다. 모악산엔 미륵신앙의 메카 금산사가 있으며, 세상이 어지러우면 사람들은 여지없이 모악산에 모여들어 사회변혁의 이상을 충전해 갔다. 모악산은 이상세계를 꿈꾸는 수많은 인간 미륵을 품었다. 진표율사, 후백제의 견훤, 기축옥사의 정여립, 한국 불교 최고의 기승 진묵대사에서부터 근세의 전봉준, 증산 강일순, 보천교 차경석, 원불교 소태산, 대순진리회 조철제, 증산도의 안경전 등이 이 지역에서 태동했고 선도교, 태을도 등 증산계열만 해도 100여 개 종단이 난립했다.

그들 중에는 금산사 미륵의 현신임을 자처한 이도 있으며, 전용해의 백백교는 세상에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과연 미륵의 땅인 모악산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나그네는 금산사 쪽에서 출발해 전주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금산사 들어가는 사거리에 앞 뒤로 '해원(解寃)', '상생(相生)'이라고 새겨진 거대한 돌비석이 장승처럼 나그네를 맞이했다. 강증산은 모악산을 가리켜 '신도안의 계룡산은 수탉이고 모악산의 계룡봉은 암탉인데, 이 암탉이 진계(眞鷄)'라 하였다. 흔히 풍수지리가들은 모악산의 형상을 오공비천혈(蜈蚣飛天穴)이라 한다.

오공(蜈蚣)이란 지네를 말한다. 모악산 정상에서부터 산이 겹치면서 아래로 구불구불 급하게 뻗은 모양이 지네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내려오면서 머리를 쳐든 형국이라 그렇게 부른다. 그 오공비천혈 최고 혈자리에 금산사가 자리 잡고 있다.

599년(백제 법왕1)에 창건돼 1400년이 넘은 금산사는 송광사와 더불어 동양 최고의 사찰로 수많은 말사를 거느리고 있는 미륵신앙의 성지다. 금산사는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으나 인조 때 재건되었고 지금도 석련대, 당간 지주, 석종, 각종 탑 등 보물이 즐비하다. 미륵신앙은 미륵보살이 주재하는 도솔천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상생신앙과 말세를 구제하러 미륵이 내려오기를 바라는 신앙으로, 이상사회를 제시하는 미래불인 미륵을 믿는 불교적 이상 사회관이다.

미륵의 금산사에는 백제의 혼이 깃들어 있다. 미륵신앙은 신라와 백제에서 국가의 통치 이념이었기에 양국은 치열한 자웅을 겨루지 않을 수 없었다. 백제는 금산사와 함께 익산 미륵사를 세워(601) 왕권을 강화했다. 이에 맞서 신라 선덕여왕은 황룡사에 거대한 9층 목탑을 짓는다(645)

백제와 신라의 치열한 미륵전쟁에서 백제가 멸망(660)하자 익산의 미륵사는 서서히 쇠락했다. 그러나 모악산의 금산사는 백제가 망한 뒤에도 복신, 도침과 의자왕의 아들 부여 풍(扶餘 豊)이 중심이 된 백제 부흥운동의 한 거점이 되었다.

금산사의 백미는 역시 웅장한 미륵전이다. 미륵전의 겉모습은 3층으로 되어있고, 내부에는 층이 없는 한 통이며 동양최대의 실내입불인 미륵불을 봉안하고 있다. 백제는 정복자인 신라에 의해 철저하게 지워졌기에 지하에 잠자던 공주의 무녕왕릉마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금산사는 거의 유일한 백제 유적이 될뻔 했다. 미륵전 건축에 전해지는 설화는 얼마나 어렵사리 백제 혼을 되살렸는지 엿보게 한다.

백제 부흥운동이 실패(663)하고 꺼져가는 금산사를 중창한 건 진표율사(眞表律師)였다. 진표율사는 패망한 나라 백제의 김제평야에서 태어나(734) 12세에 금산사로 출가한다. 진표율사는 부안 내변산 꼭대기 천 길 낭떠러지 모퉁이에서 찐쌀 스무 말을 가지고 죽음을 각오하고 정진한다.

백제 부흥군이 마지막으로 완강히 저항하던 곳이 주류성(周留城)이다. 주류성의 위치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대체로 지금의 부안군 우금산성(울금산성)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삼국유사'에는 진표율사가 미륵불을 친견하고 깨우침을 얻은 곳을 '부사의방(不思議方)'이라 기록하고 있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주류성 길목이었다. 마지막 백제 부흥군이 처참하게 스러져간 곳에서 미륵불의 계시를 받은 것이다. 진표율사는 부사의방에서 계시를 받은 후에 금산사로 돌아와서 미륵전을 짓기 시작한다.

금산사에 커다란 연못(방죽)이 있었다. 진표율사가 이를 메우고 미륵장존불을 조성하려는데, 이상하게도 흙으로 메우면 다음날 어김없이 다시 파헤쳐지곤 했다. 연못에 사는 용이 파헤친다는 것이었다. 이때 지장보살이 현신하시어 진표율사에게 숯으로 연못을 메우면 용이 떠날 것이라고 방도를 알려 준다. 하지만 연못을 메우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숯이 필요했다.

그때 갑자기 마을에 눈병이 창궐했다. 진표율사는 묘안을 냈다. 누구든지 연못에 숯을 한 짐 쏟아 붓고 그 물로 눈을 닦으면 낫는다고 널리 알렸다. 연못은 순식간에 숯으로 메워졌고, 신기하게 눈병도 말끔히 나았다. 1985년 미륵전 보수공사를 위해 굴착기로 땅을 팠더니, 실제로 검은 숯이 나왔다고 한다.

임진왜란 후 만들어진 지금의 미륵불은 진흙으로 만든 소조불(塑造佛)이다. 하지만 처음엔 쇠로 만든 철불(鐵佛)이었다고 한다.
금산사 미륵불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불상들은 주머니에 넣고 다닐 정도의 작은 크기의 반가사유상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큰 대불(大佛)을 조성했을까. 그리고 왜 하필 대불은 수많은 부처 중 미륵불이었을까.

금산사 미륵불은 소수 귀족층의 밀교에서 민중불교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소승불교에서 값비싼 금은으로 만든 작은 불상을 귀족들이 혼자 모시며 예불을 드렸다면, 대불은 누구나 친견할 수 있어 누구의 소유도 아닌 우리들의 부처를 뜻한다. 아무리 높은 계급이라도 거대한 부처 아래 평등함을 상징하고 있다. 부처의 눈엔 이미 부처와 중생이 따로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륵전 자리를 십시일반 숯을 날라 메웠던 일화에서 짐작하다시피, 철불을 만들 때도 민중들이 하나씩 불사한 숟가락 같은 쇠붙이들을 한데 녹여 모두의 부처님으로 현신시켰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미륵신앙은 소수 귀족계층에서 온 백성의 미륵으로 거듭났다.

금산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 금산사 경내의 송대(松臺)에 5층 석탑과 나란히 위치한 석종(石鐘)은 종 모양의 석탑이다. 고려 초에 조성된 걸로 추정하는 석종은 매우 넓은 2단의 기단(基壇) 위에 사각형의 돌이 놓인 방등계단(方等戒檀) 위에 세워져있다.

호남의 모든 사찰이 신라 승려나 왕족들이 창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금산사만은 백제 사찰임을 분명히 명기하고 있다. 백제 왕족의 기복을 비는 것으로 창건된 금산사임에도 불구하고, 백제 법왕의 창건임을 밝힌 이유는 백제 유민들을 회유하기 위한 정략적인 포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왕족이 아닌 민중들의 땀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모인 미륵불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금산사는 백제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미륵의 성지로 면면히 백제의 혼을 이어나갔다. 200여년 뒤, 백제는 다시 금산사에서 후백제로 부활한다(900)/후암미래연구소 대표 www.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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