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탐욕과 거품
따라서 그냥 ‘버블(거품)이 터졌다’는 일반적 설명이 훨씬 더 사실에 근접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시장경제와 애써 결부시키려는 좌파 지식인들의 노력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시장경제가 일반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 사회에서는 버블 현상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의 탐욕’이라는 매스컴 용어 역시 그냥 ‘인간의 탐욕’으로 바꿔 쓰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시장이나 월스트리트의 탐욕만을 범죄시하다 보면 정부와 그 종사자인 공직자, 그리고 공산주의에서처럼 국가의 실패 등에는 애써 침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유치한 반칙이다.
시장경제나 월스트리트 이전에도 버블은 언제나 존재해 온 경제 현상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때는 바야흐로 1630년대.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섬유산업의 발흥으로 경제가 붐을 이루고 있었다. 그즈음 네덜란드 부유층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것이 터키에서 수입된 튤립이었다. 튤립은 곧 부의 상징이 됐다. 튤립 가운데서도 아우구스투스 종(種)은 희소가치가 뛰어나 1634년부터 1637년에 걸쳐 그 뿌리의 최고 가격이 보통 시민의 25년간 수입에 맞먹을 정도였다.
이렇게 되자 전국으로 튤립 투기붐이 확산됐으며 아직 밭에서 제대로 자라지도 않은 튤립 뿌리의 선물(先物)거래까지 성행했다. 요즘 말썽많은 디리버티브(파생금융상품)의 원조였던 셈이다. 하지만 1637년 2월 어느날 돌연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튤립 버블은 종말을 고하고 만다.
인간의 무지와 탐욕은 그후로도 지칠 줄 모른 채 18세기 프랑스의 미시시피회사 주식, 영국의 남해(南海)개발회사 주식, 미국의 대공황 그리고 작금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이어져 왔다. 매번 화장만 바뀔 뿐이지 인간 자체는 그대로임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신우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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