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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진에 '사실상 무방비'

by 바로요거 2008. 5. 27.

'쓰촨 참사' 남 일 아니다…한국, 지진에 '사실상 무방비'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8.05.27 07:03

[CBS경제부 박종환 기자]

중국 쓰촨성 대지진 이후 국내에서도 건축물 안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진안전지대가 아니지만 주택과 학교, 지하철 등 각종 시설물이 지진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는 78년 이후 지진이 모두 732회 발생하는 등 연 평균 25회 발생하고 있다.
지난 78년 이후 규모 4이상 6미만의 지진이 모두 36회 발생했다. 이 중 규모 5이상 6미만의 지진은 모두 5차례, 규모 4이상 5미만 지진은 31회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지진에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의미다.
기상청 이덕기 지진감시과장은 "지난 78년 이후 규모 5이상 지진이 5차례 발생했고, 역사적으로도 현재보다 지진의 활동성이 높았던 때가 있었다"며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국내에서도 규모 5-6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그 동안 지진은 홍성지진을 제외하고는 인구밀집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규모 5의 지진(중진)은 건물이 요동치고 꽃병이 넘어질 정도의 지진이고, 규모 6의 지진 벽에 금이 가고 비석이 쓰러질 정도의 지진이다.

▶홍성지진 계기로 79년부터 내진 대책 추진
정부는 지난 1978년 진도 5.0규모의 홍성지진 이후 시설물에 대한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79년 댐, 85년 터널, 88년 건축물, 91년 철도, 92년 교량, 2000년 항만시설, 2004년 공항시설 등 국가 주요 시설물에 대해 평균 규모 6.0의 강진에 대비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해 왔다.

95년 일본 고베지진 이후 2004년 공항, 2005년 도시철도(지하철) 등으로 내진설계 대상시설을 확대하고 내진기준도 상향 조정했다.

댐(28개소)과 공항(15개소)은 이미 설계기준이 적용됐거나 내진성능 평가 결과 안전한 것으로 판명됐다.

항만시설의 경우 내진반영이 안 된 총 409선석에 대해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내진성능을 평가한 결과, 모두 지진 규모 6.0에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아파트 등 주택, 지진에 사실상 무방비
아파트 등 주택의 경우 88년부터 규모 6~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지난 88년 아파트를 포함한 6층 이상 건물에 대해 처음 내진설계가 적용된 뒤 96년에는 5층 이상, 200년에는 3층 이상 건물로 확대됐다. 1,2층 짜리 건축물은 내진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내진설계기준이 발효되기 전인 88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지진이 발생할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된다.

가장 최근 통계청 자료인 지난 2005년 통계를 보면, 당시 남아있던 주택 중 90년 이후에 지어진 주택은 846만 4천 가구, 89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은 402만 7천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는 5년마다 이뤄진다.

내진적용 아파트도 내진안전성 담보 못해
3층 이상의 건물도 내진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내진설계는 구조공학적으로 매우 높은 지식과 경험을 요하는 분야로, 건물의 경우 지진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가 설계와 감리를 수행해야 하지만, 외국과는 달리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

현행 건축법상, 건축에 관련된 모든 설계는 '건축사'만이 수행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문제는 건축사는 구조공학전문가(지진전문가)가 아니어서 내진설계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현행법상 건축구조기술사가 설계에 참여할 수 있는 건축물은 16층 이상 혹은 경간폭(기둥간 폭) 이 30m 이상의 대형건축물로 제한돼 있고, 이마저도 구조기술사는 '구조계산'을 해서 건축사에게 넘겨주는 역할만 수행할 수 있다.

즉, 건축사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지 여부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설계나 시공상의 오류를 파악하고, 시공 때 내진설계가 정확히 반영되고 있는 지를 감시, 감독하기 위해서는 건축구조기술사의 구조안전감리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건축학과 박홍근 교수는 "내진에 대한 비전문가인 건축사가 내진설계를 하기 때문에 내진설계의 성공 유무를 확인하기가 어렵고, 건축허가가 이뤄지는 과정에서도 내진설계 여부에 대한 점검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마저 "내진 반영 여부는 건축사의 양심에 맡기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국토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7년 12월에 대한건축학회와 한국지진공학회에 '건축구조설계기준' 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국토부는 오는 11월 연구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법령개정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초중고교 건물 86%가 지진에 취약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1천㎡ 이상, 3층 이상 초.중.고교 건물 총 1만 7천734동 가운데 86.3%에 달하는 1만 5천305동의 학교 건물이 내진설계가 이뤄져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7월 이후 신설된 3층 이상, 1천㎡ 이상의 학교 건물은 모두 내진설계가 반영됐으나 이전에 지어진 학교 건물은 아직까지 내진보강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교과부의 설명이다.

교과부는 기존 학교 시설물 전부에 대해 내진보강을 하는데 모두 31조 5천억 원 가량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철교, 고가교량, 역사 등 1천 2백여 개 시설 지진에 취약
서울 지하철에 설치돼 있는 철교와 고가 교량, 역사 등 1,200여 개 주요 시설물이 지진에 취약해 내진 보강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이용객이 4백만 명에 이르는 서울 지하철 1-4호선의 경우 철교와 고가교량, 역사 등 전체 917개 시설물 중 92%인 844개 시설물이 지진에 취약하다.

서울메트로는 지진 발생시 시설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예비평가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6개 철교 중에서는 당산철교를 제외한 잠실철교와 동호, 동작, 대림, 장안철교 등 5개 철교가 지진에 취약했다.

뚝섬역과 성수, 건대입구, 구의, 강변, 성내, 대림, 구로디지털단지, 신대방, 당산, 지축, 당고개, 상계, 노원, 동작역 등 15개역사 건물도 내진보강이 시급하다.

특히, 2호선 한양대-잠실구간과 신림-신도림구간, 3호선 지축-구파발구간, 4호선 당고개-창동구간에 있는 138개 고가교량들은 지진발생시 큰 피해가 우려된다.

지하철 1-4호선 중 내진설계가 반영된 곳은 당산철교와 동묘앞역, 용두역 뿐이다.
지방도시철도는 비교적 안전
하루평균 175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5-8호선의 경우도 전체 632개 시설물 중 70%인 443개 시설이 내진보강이 시급한 것으로,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예비평가 결과 드러났다.

또 목동역과 오목교, 양평, 영등포구청, 여의도, 서대문, 방이, 오금, 응암, 불광, 연신내, 수색, 월드컵경기장, 합정, 공덕, 고려대, 신풍역 등 17개 역사도 지진에 취약하다.

지하철 1-4호선은 74년부터 94년 사이에, 5-8호선은 95년부터 2000년 사이에 각각 개통됐으나, 지하철 시설물에 대한 내진설계는 2005년에서야 의무화됐다.

지방도시철도의 경우는 대구와 광주, 인천은 예비평가결과 내진안전성을 확보했으나, 대전은 5곳이 내진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지하철은 이달 중 예비평가가 끝난다.

서울메트로는 내년 말까지 이들 취약시설물에 대한 상세평가를 거친 뒤 2010년부터 2호선을 시작으로, 3-4호선에 대해서도 내진보강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취약 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이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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