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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는 대병겁의 전주곡일 뿐....

by 바로요거 2008. 3. 18.

[인물포커스]권준욱 국립보건원 방역 과장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고 있지만 한국은 다행히도 아직 발병자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 이유로 김치 속에 든 마늘때문인 지도 모른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과연 사스로부터 안전한 것일까. 국립보건원 권준욱(權埈郁·38) 방역과장을 10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보건원에서 만났다.

‘총 17개국 2722명 환자 신고, 그 중 106명 사망, 사스로 의심되는 환자 국내 신고 26건…’이라 적힌 상황판을 배경으로 자료를 뒤적이던 그는 부스스한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괴질 확산 경계령을 내린 지난달 16일 이후 거의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한 탓인 듯했다.

“집사람과 딸아이도 보고 싶지만 언제 어디서 환자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 끼니도 보통 김밥으로 때웁니다.”

권 과장은 “사스는 발병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적절한 방어수단이 없어서 그렇지 크게 우려할 만한 전염병은 아니다”며 과민반응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돌아가신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사스는 치사율이 4%여서 건강한 사람이라면 크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38도 이상의 고열이 계속되고 마른기침이 나는 등 증세가 나타나면 초기에 치료받으면 됩니다. 손만 잘 씻어도 예방할 수 있고요.”

학자들은 한 세기에 3, 4차례 인플루엔자(유행성 독감)가 원산지격인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펴졌으며 그 마지막이 1968년 홍콩에서 발생한 인플루엔자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이 또 한 차례 인플루엔자가 내습할 시기이고, 그것이 사스일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1918년 스페인 독감은 1년 만에 당시 세계 인구의 2%에 해당하는 4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런 희생이 있고 난 후 독감에 대한 면역이 생겼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권 과장도 사스보다는 앞으로 끊임없이 인류를 괴롭힐 유사 전염병을 더 걱정했다. 교통의 발달로 위생상태가 불량한 후진국에서 발생한 정체불명의 ‘인수(人獸)공통’ 바이러스가 하루 이틀 사이에 전 세계로 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처음엔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해서 사스도 ‘괴질’이라 불렀지요. 하지만 앞으로 한 두 개가 아닐 원인모를 전염병들을 ‘괴질Ⅰ, 괴질Ⅱ…’로 이름 지을 수도 없고…. 걱정입니다.

권 과장은 “생각하기도 싫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면서도 앞으로 훨씬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전염병이 닥쳐올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기자에게 “미국영화 ‘아웃브레이크’를 봤느냐”고 물었다. 치사율 100%의 무시무시한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아프리카 오지의 마을에서 이 바이러스를 박멸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주인공 샘 대니얼스 대령(더스틴 호프먼 분)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듯 했다.

권 과장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보건복지부(당시 보건사회부) 공중보건의로 일하면서 콜레라 파동을 겪었고, 복지부 사무관 때는 의료보험수가(酬價) 책정, 보건의료정책과장 시절엔 생명윤리법안 및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실무 작업 등을 맡아 이 분야에선 안 해본 일이 없다. 그가 처음부터 보건 의료정책에 매달릴 생각은 아니었다.

“의예과 1학년 때였습니다. 맹장수술을 받던 아버지가 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병원에서 사람이 죽어서 나올 수도 있음을 보았습니다. 의대공부에 회의가 들었고, 의사에 대한 반감도 일었습니다. 수년간의 방황 끝에 환자 몇 명을 고치는 것보다 의료현실을 바로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공중보건의로 일할 때 안필준(安弼濬) 당시 보사부장관의 눈에 띄어 92년 방역과 사무관으로 특채됐다. 미국 미시간대 보건대학원에서 3년 반 만에 전염병 관리와 에이즈(AIDS) 역학관리로 박사학위도 받았고 요직이라는 보건의료정책과장도 거쳤다.

14일 권 과장 뒤에 걸린 사스 상황판은 ‘환자 총 20개국 2960명, 119명 사망, 국내 신고 총 28건…’으로 바뀌었다. 나흘 만에 13명이 더 목숨을 잃었고 이웃 일본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 그가 사스의 공포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기를 기도했다.


출처 : 동아일보 www.donga.com



▼ 권준욱 과장은 ▼

1965년 서울생

동성고, 연세대 의대(83학번)

1989년 국립보건원, 보건사회부에서 공중보건의 생활

1992년 보사부 방역과 사무관으로 특채됨

1994년 미국 미시간대 보건대학원 유학. 3년 반 만에 석사와 박사학위 취득

1998년 보건복지부 보건자원정책과로 복귀(응급의료 담당)

2000년 복지부 보험급여과(의보수가 담당)

2001년 서기관(4급) 승진

2001년 국립보건원 전염병정보관리과장

2002년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

2002년 12월 보건원 방역과장

가족:부인과 1녀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본 사스의 충격과 파장

지난해 11월 광둥성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래 5개월 만인 4월 19일 현재, 전세계 사스 감명자는 3천명을 훌쩍 넘어섰으며 그 중 최소 185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동안 정체불명의 괴질로 불려온 사스(SARS, 중증 호흡기증후군)는 여태껏 발목이 잡히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인적·사회적·경제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동안 각종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통해, 사스가 몰고 온 엄청난 파장과 세계 각국의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을개벽의 세 관문의 하나로 오는 ‘3년 괴질병겁’의 숨가쁜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괴질 사망’ 공포 확산
 중국의 남부 광둥(廣東)성에서 악성 폐렴으로 보이는 원인 모를 괴질이 번지면서 홍콩·마카오 주민들까지 공포에 떨고 있다. 사태가 공황으로 치닫자 광둥성 정부는 12일 이례적으로 침묵을 깨고 “10일 오후 현재 3백5명이 감염돼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감염자 중엔 의료진 1백5명이 포함돼 있다. 이 병은 지난해 12월 광저우에서 자동차로 5 6시간 거리인 허위안(河源)에서 처음 발생해 순더(順德)·중산(中山)을 거쳐 종합병원이 몰려 있는 광저우로 퍼져나갔다. (중앙일보 2003.2.12)
 
 
 괴질 첫 확인한 WHO 의사 사망
 괴질(SARS)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의사 카를로 우르바니(46 이탈리아) 박사가 29일 이 병으로 사망했다. WHO 소속 전염병 전문가로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의 공중보건 업무를 담당해 온 우르바니 박사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호흡기 질환 증세를 보이는 미국인 사업가를 치료하다가 괴질의 존재를 확인하고 WHO에 보고했다. 우르바니 박사는 이 환자로부터 괴질에 감염됐으며 태국 방콕으로 후송돼 15일간 치료받다 숨졌다. (조선일보 2003.3.31)

 

사스발생지 피해규모 상상초월

홍콩정부, 괴질로 정권존립 흔들
 홍콩 특별행정구의 퉁치화 정부는 27일 괴질이 일반 가정까지 급속히 확산되며 주민들이 심리적 공황에 빠짐에 따라 정권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홍콩 학자들은 괴질과의 전쟁에서의 패배는 퉁치화 정권의 존립 자체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의미한다고 지적, 결국 정치적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앙일보 3.27)
 
 홍콩·싱가포르 괴질 차단 휴교령
 홍콩과 싱가포르는 괴질 환자가 급증세를 보이자 27일 모든 초 중 고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홍콩 정부는 이날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의 전염을 막기 위해 대학을 제외한 각급 학교에 29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휴교령을 내렸다. 홍콩 정부는 또 환자와 접촉한 감염 우려자 1,080명에 대해서는 집에 머무는 격리 조치를 취하는 한편 10일간의 정기검진을 당부했다. (한국일보 2003.3.28)
 
 홍콩전체 심리적 공황상태
 홍콩 전체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거리의 행인 중 절반은 마스크를 했으며 지하철·버스에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주위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자리를 피한다. 약국은 ‘괴질 예방약’을 사려는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루는 반면 거리엔 초저녁부터 인적이 끊긴다. (중앙일보 2003.3.29)
 
 홍콩 금융기관 연이어 폐쇄
 금융도시 홍콩에서 각 금융기관들이 연이어 문을 닫고 있다. 홍콩 상하이은행(HSBC)은 홍콩 본사 직원 26명을 출근하지 말도록 조치한 데 이어, 중국은행의 퐁탁가(街) 지점 역시 직원 한 명이 감염되자 지점을 임시 폐쇄했다. 지점 직원이 감염된 동아은행 에버딘 지점 한 곳도 이미 문을 닫은 상태다. 증권사들은 26일부터 직원 가족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으며, 신한은행 등 은행권들도 대부분 철수작전에 돌입한 상태다. (조선일보 2003.3.31)
 
 ‘괴질 탈출’ 한국인 귀국 러시
 홍콩 한국교민과 주재원들은 28일 괴질이 홍콩 전역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학교에 휴교령까지 선포되면서 가족들을 한국으로 긴급 대피시키고 있다. 홍콩에는 교민 6000여명과 상사 주재원·일시 체류자 등 1만여명의 한국인들이 체류 중인데, 지난 29일 초·중학교 휴교령이 내려지면서 가족들을 한국으로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2003.3.31)
 
 항공·관광업계 큰 타격
 싱가포르항공은 2일 중국 홍콩 등 동아시아 노선의 여객기 운항편수를 주당 60편 줄인다고 발표했고, 캐나다항공도 1일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홍콩과 중국 노선을 축소하기로 하는 등 항공업계가 괴질 비상에 걸렸다. 네덜란드의 카엘엠항공도 “이라크 침공에 이어 괴질까지 확산되면서 경영난이 더욱 심각해졌다”며 전체 직원의 9%에 이르는 3천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괴질이 특히 심한 지역인 홍콩의 캐세이퍼시픽항공 주가는 최근 하룻만에 7%나 떨어졌고 싱가포르항공의 주가 또한 최근 일주일 동안 12% 떨어졌다. (한겨레 2003.4.3)
 
 
 괴질로 세계기업들 공장폐쇄
 모토롤라는 싱가포르의 한 직원이 괴질에 감염되자 현지 공장을 폐쇄했고, 인텔과 휴렛패커드도 홍콩 사무소 문을 닫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의 아시아 여행을 취소하고 있다. 광둥성에 공장을 갖고 있는 P&G는 사원 가족들 대상으로 출국 수속을 시작했으며 광저우 공장을 정상가동하고 있는 혼다자동차도 “긴급대책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매일경제 2003.4.4)
 
 홍콩시내 사스공포로 썰렁
 
 홍콩 사회는 일주일 전부터 공황 상태에 빠졌다. 백화점·쇼핑가는 손님이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뚝 떨어지고, 음식점·영화관·노래방은 아예 ‘개점 휴업’이나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코즈웨이 베이와 침사초이의 번화가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모두들 일찍 귀가하는 바람에 수퍼마켓의 계산대엔 저녁마다 인산인해다. 외식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음·식료품과 생필품 쇼핑이 늘어난 것이다. (중앙일보 2003.4.9)
 
 
 고성장 중국경제 사스에 흔들
 살로만스미스바니(SSB)가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치를 0.3%포인트 낮춘 7.3%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메릴린치도 0.1%포인트 낮춘 7.5%로 조정했다. 이에 앞서 모건스탠리도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7%에서 6.5%로 0.5%포인트나 대폭 떨어뜨렸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꿈쩍하지 않았던 중국 경제가 사스에는맥없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매일경제 2003.4.10)
 
 한국기업 비상근무조 편성
 조흥은행 김용길 홍콩법인장은 “이제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비상근무조를 편성하고, 은행 업무를 서울·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 처리하는 비상대책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상사들도 수주·거래처·금융자료 등을 제3의 장소로 이전시키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이다. LG상사 송치호 법인장은 “사무실 폐쇄에 대비, 업무 필수자료 모두를 복사해 별도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3.4.15)
 
 지구촌 사스 맹위, 사망자 185명
 중국과 홍콩, 동남아를 중심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19일 현재 전 세계 사스 감명자가 3천명을 훌쩍 넘어섰으며 그 중 최소 185명이 사망했다. 각국별 사망자 수는 홍콩이 81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67명, 싱가포르 16명, 캐나다 13명, 베트남 5명, 태국 2명, 말레이시아 1명 순이다. (연합뉴스 2003.4.19)
 
 
 아시아 각국 사스 대응 우왕좌왕
 지난해 11월 중순 첫 환자가 발생한 중국 광저우의 보건 당국자들은 당시 아예 보고조차 하지 않았고, 중앙정부는 사스 확산이 분명해진 시점까지도 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 중국은 무대책의 전범(戰犯)이나 다름없다.
 사스가 발생한 후 싱가포르 정부가 취한 대책은 적극적이고 질서정연한 것이었다. 400만 시민이 각종 제한 조치에 대해 전혀 불평하지 않고 정부의 말을 잘 따르는 것도 인상적이다.
 홍콩의 경우는 시민 각각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는 법률이 재빠른 대응을 저해할 수 있는 사례. 당국은 지난달 한 대형 아파트 단지 주민을 상대로 격리 조치를 취했지만 주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사스는 지금 홍콩의 의료기반을 흔들고 있고 이미 약화된 경제를 불황의 나락에 빠뜨릴 정도로 긴급한 사회적 과제로 대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2003.4.7)

 

(월간개벽 2003.5)

이제는 시작일 뿐...더 무서운 사스 조만간 출현

“세계 3차대전의 양상”, 사스(SARS)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대만의 루수렌(呂秀蓮) 부통령은 작금의 사태를 ‘세계 3차대전’에 비유했다. 루 부통령의 발언은 오늘날의 인류가 역병의 공격에 얼마나 취약하지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던 1969년 미국의 전염병 관리책임자인 공중위생국 국장은 “전염병의 시대는 갔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오늘날의 많은 의학전문가들은 인류문명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복병으로 신종 역병(疫病)을 꼽고 있다.
 
 사스(SARS), 무엇이 문제인가?
 사스의 치사율은 약 3∼4% 정도이다. 때문에 어떤 의사는 치사율이 약 5∼8%인 일반 폐렴보다 오히려 사스가 덜 위험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WHO(세계보건기구)는 사스(SARS)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조치로 창설 후 처음으로 지난 3월 여행제한 조치를 내리고, 또한 전례 없이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매일 세계 각국의 환자발생 통계를 내보내고 있다. 각국의 언론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면 사스(SARS)에 대해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폐렴 등은 그 실체가 이미 알려져 있지만, 사스(SARS)에 대해서는 그 원인균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라는 것 외에는 숙주, 감염경로, 예방법, 백신, 치료방법 등이 전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mysterious disease(신비한 질병)인 것이다.
 
 그런데 4월 중순 헨리 니먼 교수(미국 하바드대)가 WHO의 통계를 바탕으로 다시 정확한 사망률을 산출한 결과, 사스의 치사율은 홍콩 18.2%, 싱가포르 13.8%, 베트남 9.8%, 중국은 5.4%에 달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여 충격을 더하고 있다.
 
 호텔, 엘리베이터, 병원 그리고 비행기
 많은 사람들이 문명이기의 편리함에 찬사를 보내고 있을지 모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 현대문명은 각종 병원균의 신속한 전파를 보장하는 총체적인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최고를 자랑하는 미국 질병통제쎈타(CDC) 역학조사관들이 밝혀낸 사스 확산 경로를 살펴보면, 그 실태를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중국 광둥성에서 사스 환자를 진료하던 의사 A씨는 지난 2월 21일 가족을 만나기 위해 홍콩에 도착,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M호텔 9층에 투숙했다. 그는 극심한 폐렴 증세로 22일 홍콩 모 병원에 투숙한 뒤 다음날 숨졌다.
 
 그를 치료했던 4명의 병원종사자와 그와 접촉했던 2명의 가족이 다시 병을 얻었다.
 
 놀라운 것은 A환자와 같이 9층에 투숙했던 8명, 11층과 14층에 각각 투숙했던 2명 등 호텔투숙객 10명이 사스에 감염됐다. 8명중 C, D, E씨는 싱가포르에서 발병한 뒤 이 환자들과 접촉한 34명의 병원종사자 등 71명이 감염됐다.
 
 감염된 병원종사자중 한 명이 다시 독일로 건너가 거기서 가족 2명 등 3명에게 병을 옮겼다. A환자와 같은 층에 투숙했던 F씨는 캐나다에서 가족 4명에게 사스를 옮긴 뒤 병원치료를 받았다.
 
 이 병원에서 환자와 접촉했던 병원종사자 10명 역시 같은 병을 얻었다. 또 다른 호텔 투숙객 B씨는 베트남에서 발병한 뒤 37명의 병원관계자에게 병을 옮겼다.
 
 이 병원 종사자중 한 명은 다시 태국 방콕에서 적어도 1명 이상 전파를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 M호텔에서 시작된 사스 확산은 이밖에도 투숙객을 통해 미국과 아일랜드로 전파됐고, 홍콩 내에서만 156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최초 A씨가 호텔 투숙객에 사스를 옮기게 된 전파경로는 ‘엘리베이터 버튼설’등 추측만 나돌고 있다.”
(한국일보, 2003.4.13)
 
 이 사례를 분석해보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는 비행기를 타고 중국에서 홍콩으로 건너와 환자와 더불어 호텔에 투숙하다 또다시 비행기를 타고 만 며칠만에 독일 태국 캐나다 미국 아이랜드 등 세계각지로 번져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지난 1995년 아프리카 자이르 일원의 에볼라 창궐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본의 아니게 병원 종사자들이 사스 확산의 불을 당겼다.
 
 더 무서운 또다른 ‘사스’ 언제든 출현 가능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사스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사스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얼마든지 사스보다 훨씬 더 치사율이 높고 전염성이 강한 역병이 느닷없이 창궐할 수 있다.
 
 특정지역에서 발생한 정체불명의 ‘인수(人獸)공통’ 바이러스가 하루 이틀 사이에 전세계로 퍼질 수 있음을 이번 사스 파동이 생생하게 입증하고 있다.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마르부르크(1967), 에볼라(1976, 1995), 에이즈(1981), 홍콩조류독감(1997), 광우병·인간광우병(2000)등 파상적인 역병의 공격이 있었다. 이런 역병은 인간의 힘으로 퇴치된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천우신조로 역병 스스로 수그러들고 있을 뿐이다.
 
 사실 어느 정도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류문명을 파멸시킬 수 있는 괴질 폭탄이 언제 어디서든 터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199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전염병통제감시국(EMC)를 신설하고, 1998년 미국 질병통제연구소(CDC)는 신종전염병 대처를 위한 국제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하여, 인류를 대재앙으로 몰고갈 수 있는 신종전염병의 창궐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또한 우리나라 권준옥 국립보건원 방역과장은 4월초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생각하기도 싫지만 훨씬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전염병이 닥쳐올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으며 “앞으로 한 두 개가 아닐 원인모를 전염병들을 ‘괴질Ⅰ, 괴질Ⅱ…’로 이름 지을 수도 없고…. 걱정입니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출처:개벽실제상황 http://gaebyeok.js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