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나노'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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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9.24 (금) 14:48 뉴스메이커 |
장면 1 삼성전자는 지난 9월 9일 최첨단 300㎜ 라인에서 90나노공정을 적용한 512Mb(메가비트) DDR D램을 본격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나노 D램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첨단 나노 D램 시대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됐다. 장면 2 서울대 화학부 최진호 교수팀은 지난 9월 11일 제품정보를 잠은 DNA를 육류나 채소처럼 바코드를 붙이기 힘든 상품에 스프레이로 뿌려 사용하는 '나노 DNA 바코드 시스템(NDBS)'를 개발했다. 이 바코드는 인공 DNA를 합성해서 특수제작한 나노입자에 집어넣은 것이다. 이는 나노기술을 이용했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양에도 방대한 정보를 담을 수 있다. 크기단위로 1nm는 10억분의 1m 이처럼 '나노'란 단어가 흔해졌다. 주변에서 나노가 들어간 합성어나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나노공정, 탄소나노튜브, 나노로봇, 나노컴퓨터 등등.... 나노가 우리의 실생활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나노가 '마이크로'라는 말을 대체해버렸다. 나노란 10억분의 1(10-9)을 나타내는 단위로서 희랍어 나노스(Nanos:난장이)에서 유래됐다. 1nm는 10억분의 1m로 수소원자 10개의 크기다. 나노기술, 즉 NT(Nano Technology)는 nm 수준의 초미세 영역에서 물질을 제어하는 혁신기술을 말한다. 앞으로 생명공학-섬유-의학-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며 반도체산업에서도 미래를 좌우할 핵심기술로 꼽힌다. '나노'라는 표현이 첨단기술의 한 상징으로 자리잡아가는 것도 이런 이유다. NT는 여러 첨단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많은 장애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예컨대 반도체 제조 분야의 경우 집적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회로선폭 간격을 100nm(10억분의 100m) 이하로 축소해야 하는 제조공정상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를 바로 NT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NT는 분자와 원자를 움직여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연구방식도 종전과는 크게 다르다. 그래서 미래의 신산업을 창출해낼 기술로 통한다. NT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물질이나 기능의 창조, 또는 이의 자유로운 조작이 가능해 실용화될 경우 전 산업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BT(생명공학), IT(정보기술)과 함께 21세기를 이끌어갈 첨단기술인 셈이다. 그래서 과학자-공학자들은 NT가 '나노혁명'을 이뤄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희국 나노산업기술연구조합 이사장(LG전자기술원 사장)은 "NT는 신 산업혁명을 가져올 기술로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황창규 사장도 21세기를 주도할 과학기술로 주저없이 NT를 꼽고 있다. 황 사장은 "혁명적 변화를 이끌 NT 경쟁이 '총성없는 전쟁'이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전미과학재단(NSF)은 NT가 10년 내 1조달러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낼 것으로 예상했다. NT는 '황금알을 낳을 거위'인 셈이다. 분자와 원자를 조정 신물질 창출 세계 각국의 투자동향을 보면 NT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은 지구적 리더십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NT 개발을 추진한다는 전략하에 2000년 2월 범정부 차원의 국가나노기술개발전략(NNI)을 수립했다. NT를 차세대 핵심기술로 선언한 것이다. 이후 미국은 더욱 피치를 올리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향후 4년간 NT 개발에 37억달러(약 4조5천억원)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21세기 나노기술 연구개발법'에 서명한 것이다. 이 법은 1960년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우주개발계획에 비견할 정도로 중요성을 인정받아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 일본도 21세기 핵심기술인 IT-BT-NT 분야 중에서 미국을 앞설 수 있는 유망 분야로 NT를 지목했다. 미국 정부가 주도한 NNI와 일련의 산-학-연 활동은 일본의 위기의식을 고조시켰다. 일본은 2001년 6월 제2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 NT를 중점 분야로 반영해 국가 차원의 육성전략을 마련했다. 강점 분야인 나노소자-나노소재-나노기술 연구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고 지난해 8억7천3백만달러를 투자했으며 2005년까지 이를 20억달러 수준으로 높일 방침이다. 올해에는 BT와 융합된 나노의학 분야에 2천1백40억엔을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유럽지역은 유럽연합(EU) 차원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영국-독일-프랑스 등 각국에서 자체적으로 NT를 중점 연구 분야로 정하고 수년간 수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독일은 나노기술네트워크를 통해 연간 3억유로(4천2백억원) 수준을, 프랑스도 2억유로(2천8백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NT에는 우리나라와 세계 시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중국도 뛰어들었다. 중국은 1999년 기초과학 연구의 최우선 순위로 나노기술을 올려놓은 후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0~2002년의 국제특허신청건수가 미국, 일본에 이어 3위에 오를 정도다. 중국은 2001년 국가나노과학기술발전요강을 수립하고 '국가나노과학기술 발전지도협조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해 3월에는 NT의 연구거점 구축을 위해 '국가나노과학기술센터'를 설립했다. 중국은 나노기술에 2001년부터 2005년까지 2억4천만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은 현재 2006~2020년의 중장기 국가과학기술 발전전략 일환으로 나노기술 발전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매년 2천억원 투입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01년 '국가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연구개발 및 고급 인력 양성에 몰두하고 있다. 매년 2천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나노기술전문위원회'를 설치해 국가적인 사업계획 수립과 추진사항을 검토 중이며 지난해에는 나노기술개발촉진법을 제정해 정부의 NT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갖추게 됐다. 올해 나노 관련 예산은 2천7백33억원으로 전년(2천3백75억원)보다 15.1%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투자규모뿐만 아니라 질도 높여야 할 상황이다. 박종구 KIST 나노재료연구센터장은 "한국의 NT 수준은 선진국의 약 75% 정도이며 투자규모는 선진국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이제는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그는 "NT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고 강조했다. 바야흐로 '나노전쟁'이 본격화됐다. NT의 역사 NT 역사는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리처드 파인만 물리학과 교수가 원자의 제어와 조작에 관해 언급함으로써 NT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다. 파인만 교수는 1959년 미국물리학회에서 '저 밑바닥에 충분한 공간에 있다'라는 강연을 통해 24권의 브리태니커 사전을 여자 머리핀 끝부분에 모두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전 세계 모든 정보를 200분의 1인치 정육면체에 기록하게 될 것임을 예언했다. 1981년 IBM이 개발한 주사터널현미경(STM)은 NT의 신호탄이 됐다. 이 STM으로 나노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에릭 드렉슬러 박사는 1986년 〈창조의 엔진:나노기술의 도래〉란 책을 통해 NT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이 저서에서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나노로봇이 분자를 원자단위의 정밀도로 배치, 화학반응을 유도하며 모든 노동을 대신하는 미래 세상을 예견했다. NT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실제로 구현된 것은 파인만 교수의 예언 이후 30여 년이 지나서다. IBM이 STM을 이용, 1990년 크세논(Xenon) 원자 35개를 하나하나 움직여 니켈 결정체 표면에 I,B,M이라는 글자 3개로 배열하는 데 성공했다. 원자 크기를 인간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고 조작할 수 있게 됨으로써 NT 개발이 구체화됐다. 미국 리처드 스몰리 박사와 영국의 해롤드 크로토 박사는 주목할 만한 특성과 다양한 쓰임새를 갖춘 나노 크기의 탄소구조물인 풀러린(fullerene:C60)을 발견해 1996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으로 받았다. 이후 풀러린을 통해 NT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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