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의 종류와 성격
동양의 철학이나 의학에 있어서 ‘화(火)’는 매우 중요합니다. 화를 이해하면 진리를 깨닫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명나라의 저명한 학자인 방이지(方以智, 1611∼1671) 선생은 오행(五行)에서는 화가 가장 존귀하다는 오행존화(五行尊火)론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화가 아니면 물은 수증기가 되지 못하고, 나무는 자라지 못합니다. 금도 화가 아니면 순금으로 정련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화가 과하면 온 들판이나 마을을 모두 태워버리게 됩니다. 사람도 화병에 걸리면 고통을 수반하게 됩니다. 불교는 삼계가 모두 화택(火宅)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같이 화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화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황제내경』에서는 소화(少火)와 장화(壯火)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 외에도 천화 인화 군화 상화 허화 진화 선천화 후천화 등등 많은 의미의 화가 있습니다. 화는 기(氣)와 직접 관련이 있습니다. 장화는 사람의 원기를 잡아먹는다고 하여 식기(食氣) 또는 원기의 도적이라고 합니다. 반면 소화는 기를 생하여 줍니다.
화는 무형입니다. 그리고 화는 그 재료가 무엇인가에 따라 불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화는 형태가 나타나면 밖은 환하지만 안은 어둡습니다. 무엇인가를 태우고 있는 것입니다. 불이 다 타면 재가 되어 토(土)로 돌아갑니다. 토(土) 속에는 화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토인 흙이 큰 무더기가 되면 솟아올라 화산(火山)이 됩니다. 그리고 물이 환하게 투명한 것은 물속에 화가 비장(秘藏)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인체의 火
한방의학에서도 화를 중요하게 봅니다. 인체에서는 화를 꺼야만 합니다. 인체에서 화가 생기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화의 원인이 밖에 있는 경우입니다.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의 육기가 침입하면 인체는 화가 일어나 발열이 됩니다. 예를 들어 감기가 들어오면 열이 납니다. 그러면 해열제를 주어 공격하여 화를 꺼트리게 됩니다. 이때의 화를 적화(賊火)라고 합니다. 도적은 공격해야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화의 원인은 안에서 생기는 경우입니다. 사람이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의 칠정에 의해 화가 일어나면, 이는 밖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고 안에서 생긴 화입니다. 이 화는 자기 자식 같다고 하여 자화(子火)라고 합니다. 자식은 잘 길러야 합니다. 공격하지 말고 반대로 보하여야만 화가 꺼지게 됩니다. 속에서 열이 난다해서 찬물을 좋아하면 해열이 되지 않습니다. 몸을 차게 하면 역으로 수(水)에서 화(火)가 분리되어 상승하여 날아가 버립니다. 인체는 따뜻해야 화가 저장이 됩니다.
사실상 화는 밖에서 들어온 것보다 안에서 생긴 것이 인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밖에서 들어오는 화도 실은 안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화를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희노애락애오욕은 사람의 이성이 아니고 감정입니다. 이는 개인적 기질에 따라 치우치게 나타납니다. 인의예지신이 변형되면 희노애락애오욕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원기를 해하는 살기(殺氣)로서 나의 적이 됩니다. 그래서 이를 오적(五賊)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양의학은 사람의 마음에서 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도가에서는 사람의 의념(意念)자체를 화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유가의 성리서에는 사람의 마음작용을 화에 배속하기도 하였습니다.
火의 근원은 태양
모든 화의 근원은 하늘에 있는 태양입니다. 태양은 하늘인 건(乾)이 땅인 곤(坤)과 교류하여 땅의 기운이 하늘에 응결된 것입니다. 그리고 땅인 곤이 하늘과 교류하여 곤의 옆에 응집한 것이 달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태양에는 진음(眞陰)이 있으며 달에는 진양(眞陽)이 있습니다.
태양이 땅을 비추면 땅의 화[坤火]가 동기감응이 되어 일어나고, 태양이 물[坎火]을 비추면 수증기가 되어 기가 상승합니다. 태양은 모든 에너지의 근원입니다. 인간뿐 아니고 삼라만상은 모두 태양의 기운을 받고 살아갑니다. 달의 광명도 태양에서 받은 것입니다.
인체에서는 태양이 아래[下]에 있다고 말합니다. 인체의 화에 의해 혈은 적색으로 됩니다. 이 혈이 임맥을 경유하여 포태인 생식계통으로 들어가면 백색의 정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혈이 여성의 산후에는 양명경과 폐부위인 모유에서 달고 하얀 모유로 바뀝니다.
그리고 화는 수와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화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수가 있습니다. 인체의 혈도 물로 되어 있습니다. 인체에서 족태양은 방광경[水]이고 수태양은 소장경[火]으로 태양경이 수화를 함께 관장합니다. 또 족소음은 신경[腎經]이요 수소음은 심경[心經]으로 소음이 수화를 같이 관장합니다. 수화는 비록 서로 다른 기[異氣]이지만 언제나 일체로 작용합니다. 수(水)의 기(氣)를 화(火)라고도 합니다.
인체에 있는 본래의 화를 도가에서는 선천화(先天火)라 하였고, 동양 의학에서는 명문화(命門火)라고 합니다. 또 태을(太乙)의 순양지기(純陽之氣)라고도 합니다.
수행은 인체의 진화(眞火)를 길러 생명의 양기를 보존하여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줍니다.
ⓒ증산도 본부, 월간개벽 2007.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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