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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법칙*생존법/우주개벽 메시지

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특허권 독점-빈자들 죽음의 위기

by 바로요거 2008. 1. 17.
2005년 11월 4일 (금) 11:40   뉴스메이커
[월드리포트]지적재산권은 ‘인류의 적’
 
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특허권 독점… 카피약 생산 강제실시권 발동해야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명작 ‘새’(The Birds·1963)에서 조류는 인류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존재다. 갈매기 한 마리가 공격했을 때는 ‘미친 새’였을 뿐이지만 모든 종류의 새들이 나서서 공격하자 대량살상무기(WMD)에 맞먹는 파괴력을 발휘한다. 자연의 복수일까, 사람들은 두려움 속에 건물 밖으로 나서지 못하고 사회는 점차 제기능을 잃어간다.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조류독감에 대한 공포는 히치콕의 새에 비견될 정도다. 1918년에 4000만 명이 숨진 스페인독감이 재연할 가능성에다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전파될 경우 보수적으로 잡아도 수백만 명이 숨질 것”(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란 전망에 독감예방접종을 맞으려는 이들이 병원·보건소마다 길게 줄을 서고 있다. 그러나 현재 조류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Tamiflu)의 공급량은 충분치 않아 문제다. 특허권이 전 세계 회사 중 단 한 곳, 스위스 로슈사(社)에 있는데, 10년 동안 꼬박 만들어도 전 세계 인구의 20% 분량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비싼 약값은 개발도상국들에 엄청난 부담이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 의약품을 둘러싼 ‘사람 목숨값’ 논란이 조류독감을 계기로 재연되고 있다.

의약특허권에 대한 찬반양론 조류독감은 겨울철새를 따라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건너갔다. 치사율 90%의 H5N1계열은 지금까지는 닭·오리 등과 직접 접촉한 경우에만 걸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변이를 일으키며 ‘인간 대 인간’ 감염의 날의 머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조류독감에는 독감예방주사도 완벽한 대비책이 못되는데다, 아직 백신도 없다. 따라서 방법은 치료약뿐이다. 선진국이라면 ‘그까이꺼’ 감기약이겠지만 한 달 임금 100달러도 안 되는 개발도상국의 국민에게는 한 번 처방에 60달러짜리 약은 언감생심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대량 공급이 가능한 저렴한 약이다. 일명 ‘카피약’이다.

카피약은 특허기간이 끝난 약을 다른 회사들이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낸 것을 말한다. 최근 폐막한 조류독감국제회의에서도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인도 제약회사 시플라가 내년 1월까지 타미플루의 카피약 5만 정을 생산할 능력이 있다고 밝혔고, 대만은 정부가 발벗고 나서 카피약을 제조·비축한다는 계획이다.

국경없는의사회’도 거들고 나섰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TO)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인간의 생명을 좌우하는 필수의약품에 대해서는 지적재산권 행사를 제한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베르나르 페쿨은 “특허권은 신이 내린 권리가 아니다”라면서 “특허권은 사회 전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소수의 다국적 제약기업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드는 도구가 돼선 안 된다”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재산권이 생존권을 앞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도는 조류독감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카피약 생산을 위해 정부가 ‘강제실시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우리 정부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강제실시권은 지적재산권자의 허가와 상관없이 특허의 배타적인 권리를 제약할 수 있는 장치다. 특허를 내줬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자체생산을 가능하게 한 이 조항은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에 규정돼 있다. 원래는 특허권자와 상의하도록 규정했으나 비상사태일 경우 독자결정이 가능하다.

특히 제약부문은 국제특허가 없어 각 나라별로 특허신청을 받는데, 인도는 로슈가 아직 인도에 타미플루와 관련해 특허신청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로슈는 이를 부인하며 타미플루를 생산할 국가들은 반드시 협의를 거치라고 고집하고 있다. 동시에 국제사회의 압력을 피할 해법을 찾는 데도 고심하고 있다.

돈없어 약 못먹는다 사실 ‘타미플루’가 유일한 조류독감 약은 아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릴렌자’도 있다. 하지만 타미플루가 부피가 작고 보관이 용이한 정제인 반면 릴렌자는 흡입형 분말제라 인기가 떨어진다. 이를 고려한 듯 글락소측은 지난달 말 릴렌자의 특허권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하고 협력상대를 물색하겠다고 밝혔다.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공급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각국이 사들이는 조류독감 약 규모는 엄청나다. 미국은 39억 달러(약 4조1000억 원)를 예산에 배정해 2000만 명분의 타미플루를 사들일 예정이다. 싹쓸이를 의식해 로슈가 당분간 미국에는 선적하지 않겠다고 밝힐 정도다. 프랑스는 900만 명분, 네덜란드는 인구의 30%, 영국은 25%를 치료할 수 있는 분량의 약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WHO의 권고치인 25% 비율을 채운 상태. 하지만 이는 선진국의 얘기다. 제3세계 국가의 경우에는 약품창고를 채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비단 조류독감의 경우뿐만이 아니다. 몇 년 전 에이즈 치료약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에 아프리카와 인도, 브라질 등 제3세계에서 약값을 내릴 것을 요구했고, 로슈·머크·브리스톨마이어스큅 등 회사들은 이 지역에 한해 요구를 수용했지만 아직 문제가 많다. 약이 필요한 환자의 수는 많고 싼값에 공급되는 약의 분량은 모자란 형편이다. WTO는 2003년 에이즈·말라리아·결핵 등 치명적 전염병의 치료약에 대해서는 카피약의 생산·수출을 허가하기로 했으나, 지나치게 조건이 까다로워 거의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생색만 냈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경우에는 정부 차원에서 에이즈치료제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고 복제약 공급을 확대했으며, 치료비용을 80% 이상 낮춘 것으로 나타나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획기적인 백혈병 치료제인 노바티스글리벡의 경우도 비싼 약값 때문에 입방아에 올랐다. 한 알에 2만 원, 한 달 300만 원인 약값을 견디지 못한 우리나라 환자가 인도 나코사(社)의 카피약을 직수입해서 복용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약값은 10분의 1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경우는 백혈병 환자 중에도 매우 소수에게만 적용되는 경우로, 우리나라는 특허규정 때문에 글리벡 카피약의 수입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류독감을 둘러싼 약값논쟁은 향후 각국이 수 개월 내에 조류독감 백신 개발에 성공, 상용화에 나설 경우 또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제약사에 ‘새로운 금맥’이자 기회인 조류독감은 가진 것 없는 빈자들에게는 죽음의 위기로 닥치고 있다.

<국제부/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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