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스님 아시나요? 한국 사상계에서도 아주 유명한 분입니다.
소설로 나왔네요 . 관심있으신 분들 많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소설 탄허
20세기 한국 불교의 가장 위대한 스승 탄허스님 !
“장자가 다시 돌아와도 탄허를 당하지 못할 것이다.”
탄허 스님은 독립 운동가인 율제 김홍규 선생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사서삼경을 비롯한 유학의 전 과정을 공부했다. 김제 제일의 천재로 통하던 그의 학문적 성취는 놀라울 만큼 빠르고 심오했다. 그러나 유학의 모든 경전을 독파하고도 삶의 근원적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22세의 나이로 오대산 상원사로 입산한다.
입산 후 탄허 스님은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용맹정진에 돌입했고, 수행 2년 만에 상원사에 마련된 승려연합수련소에서 한암 스님의 증명 하에 금강경, 기신론, 범망경 등을 강의하면서 대중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고참 선객인 고암, 탄옹 스님 등의 청에 의해 화엄경과 화엄론을 강의하는 등 학승으로서 명성을 쌓았다.
하루는 당대 국문학의 국보로 일컬어지던 무애 양주동 선생이 소문을 듣고 탄허 스님을 찾아가 장자 강의를 들었는데, 이후 양주동 선생은 자신의 강의 시간에 다음과 같은 말로 탄허 스님의 강연을 극찬했다고 한다.
“장자가 다시 돌아와 자신이 쓴 책을 설해도 오대산, 그 지혜로운 호랑이를 당하지 못할 것이다.”
오대산 호랑이란 바로 탄허 스님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탄허 스님의 강연은 학자들에게도 어려운 내용들을 그 핵심만 꼭꼭 찔러 들려줌으로써 당대의 석학들까지 진땀을 흘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의 강연을 들은 사람들은 탄허 스님을 호랑이처럼 두렵게 여겼다고 한다.
“나는 일흔하나가 되는 1983년 계해년 음력 4월 24일 유시에 갈 것이니라.”
한편 탄허 스님은 학승으로서 뿐만 아니라 선승으로서도 인정을 받았다. 스님의 강의가 소문을 타면서 당대의 내로라하는 선승들도 그의 강의에 관심을 보였는데, 그중 당시 최고의 선승으로 꼽혔던 전강 화상은 탄허 스님의 강의를 들은 후 젊은 승의 절을 맞절로 응대했고, 경봉 화상은 ‘한 삼백년은 살아야 할 사람’이라며 ‘오대산 젊은 호랑이가 가는 곳에 한국 불교가 빛날 것’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탄허 스님은 유교와 불교를 아우르고 선(禪)과 교(敎)를 겸비한 최고의 석학이자 깨달은 자였던 것이다.
이처럼 학승이자 선승이었으며, 깨달은 자였던 탄허 스님은 종종 주위를 놀라게 하는 예지력을 보여 주곤 했다. 특히 스스로의 종명일을 예언한 일은 승가는 물론이요 세간의 재담꾼들에게도 매우 잘 알려진 일화이다.
스님은 나이 쉰아홉부터 돌을 갈아 죽을 쑤어 먹으며 수행을 했다. 중생들은 힘들게 일을 하며 연명을 하고 그러면서도 시주를 하는데 승이 시주의 은혜를 무겁게 여기지 않으면 수행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에 옮긴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탈이 되었는지 스님은 암에 걸리고 말았다. 제자들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의사들은 고작해야 석 달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탄허 스님은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하는 제자들에게 오히려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놈아, 병이 사람을 잡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나는 일흔하나가 되는 1983년 계해년 음력 4월 24일 유시에 갈 것이니라.”
국내 최고의 의사들이 내린 진단을 무시하고 무려 6년 후에나 입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을 했으니, 이 말을 들은 의사들이나 제자들은 모두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탄허 스님은 자신의 예언대로 암을 몸에 품은 채 6년여를 살았고 그 사이 능엄경, 금강경 등 사교(四敎)를 완간하는 등 더욱 왕성한 번역 활동을 보여 주었다.
우리 시대의 큰 스승 탄허 스님의 일대기 소설로 엮어
<소설 탄허>는 금세기 최고의 학승이자 선승으로 추앙받는 택성 탄허 스님의 일대기를 이야기로 엮은 전기적 소설이다. 사실 탄허 스님은 10만 장이 넘는 번역 원고를 남겼음에도 자신의 사적인 기록은 전혀 남기지 않았다. 따라서 스님의 어린 시절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세세히 재구성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사서삼경을 비롯한 유가의 모든 경서를 섭렵하고 노자와 장자까지 두루 통달했음에도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의혹을 풀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 유생의 모습이나, 갈등과 방황을 끝내고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에서의 의식적 변화 과정 등은 일반 작가들이 쉽게 넘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소설가 백금남 씨는 이러한 난제들을 다양한 일화들을 통해 구체적인 이야기로 엮어냈다. 속가의 김금택이 유가와 도가의 교리만으로 풀 수 없었던 문제들을 그의 스승이었던 이극종 선생이나 당대의 선지식인들과의 대담을 통해 구체화하는가 하면, 불가로의 귀의에 있어서는 인연법에 기인한 예지몽을 통해 나병 환자들의 피고름을 손수 닦아내며 돌보았던 경허 선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불가의 스승인 한암 스님의 출가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젊은 승려의 고뇌와 갈등을 우회적으로 풀어 헤쳤다.
이처럼 <소설 탄허>는 설명이나 주장이 아닌 이야기로 탄허 스님의 일대기를 재구성하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작업은 그만큼 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고 넓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백금남 씨는 이미 <십우도>, <칼의 어록> 등의 작품에서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줬었다. 그는 이 책에서도 그것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었다.
그래서 <소설 탄허>는 굳이 불교에 관심이 없더라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멀고 고리타분하기만 할 것 같은 우리의 이야기, 아주 오랜 기간 우리 민족의 의식의 근간이 되어왔음에도 항상 추상적으로만 다가왔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는 물컹물컹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 저자 소개
소설가 백금남 씨는 제주도 도두(島頭) 출신으로 1985년에 제15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86년『대원』지 1천만 원 고료 중편소설 부문에 <검선무>가 당선되었고, 1987년 중편소설<등대의 불 밝히기>로 KBS문학상, 2003년 <사자의 서를 쓴 티베트의 영혼 파드마삼바바>로 민음사 올해의 넌픽션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신비한 상징과 목가적 서정으로 백정가의 기묘한 운명을 다룬 <십우도>, 자식의 뼈로 만든 화살로 겨레의 심장을 겨냥하는 활장이의 슬픈 역사를 다룬 <동녘에는 불새가 산다>, 노동의 슬픔과 애환을 다룬 <겨울 함바 위로 날아간 머슴새>, 깨달음과 깨침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룬 <칼의 어록>, 의식의 연속성에 초점을 둔 <천상의 약속>, 인연과 금기를 다룬 <수레바퀴 앞에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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