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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에서 배추 한포기 1,500원인데....왜, 1만원이 넘나?

by 바로요거 2010. 10. 7.

산지에서 배추 한포기 1,500원인데....왜, 1만원이 넘나?

 

[이웃] '한 포기 1500원'...사람도 배추도 정직했다

국민일보 | 입력 2010.10.06 16:25

[미션라이프] '요즘 된장녀는 후식으로 배추김치 먹잖아요. 왜 그래요? 배추 비싸다고 못 사서 안달인 사람처럼?' 오죽하면 배추 유머까지 나왔을까. 연일 치솟는 배추 값에 나라가 온통 난리다. 쌀 기름 배추값은 서민의 생활과 직결돼 어느 하나 폭등하면 삶이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한평생 배추 밭을 정직하게 일군 세 남자와 교회 텃밭에서 배추를 키워 이웃에게 나눠주는 세 여자를 만나 곤고함 속에서도 배추 속같이 희게 살려는 신앙 자세를 들여다봤다.

 

 

'金배추.' 만 원대로 폭등한 배추 한 포기 값이 이 곳에선 1500원이다.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경기도 부천 부녀회장들이 찾아와 1000포기를 구매하겠다는 전화다. 150만원 어치다. 마트에서 1000만 원 줘야 할 배추를 산지에서 10분의 1 가격에 살 수 있으니 횡재다.

"만 원 인가 하는 거는 중간 상인들 농간이고. 배추가 금이여? 금이 아니지. 농민은 한 포기 천 원 들어오면 무지하게 들어오는 거유."

"중국서 얼마에 들어 올란가. 근디 중국엔 노랑 배추가 없고 다 파래. 한국사람 그 배추는 안 먹잖아요."

"배추 값은 30년간 그대로유. 그려도 수고를 돈으로 셀 수 있어유? 성경 말씀에 뿌린 대로 거두리라. 생배차(배추) 팔아 안 되면 절임배차 팔고 짐치 팔면 되는 거지유. 욕심내서 뭐해유."

4일 오전 충남 보령군 신죽리 배추 밭에서 만난 세 남자는 배추 이야기에 여념이 없었다. 원동화(63) 신죽3리 새마을 지도회 회장, 강무식(54) 신죽3리 이장, 김기수(51) 신덕3리 이장. 셋은 30여년 한 마을에서 배추 농사를 지었다. 오랜 이웃이고 각기 이 동네 시온교회 장로, 집사, 성도다.

중간 상인들은 밭떼기로 흥정 중이다. 지난달 초 심은 배추는 10월 말에나 알이 통통하게 오른다.

"이제 좀 한가로워유. 물을 일일이 줘야 하는 데 마침 또 비가 와서. 근데 이제 더 오면 뿌리가 썩어유."

이 마을은 지난 4월 보령시 친환경 시범마을로 지정됐다. 이들은 마을에서도 친환경 농업의 핵심 3인방으로 불린다. 원씨는 처음 마을에 EM(유효 미생물 효소)을 들여온 선두주자다. "2003년 시 기술센터에서 교육받고 효과가 좋아 목사님께 말했지유." 시온교회 김영진 목사에게 EM을 소개하면서 마을 농가로도 친환경 농법이 확산됐다. "사실 페트병에 물 부어놓고 설탕물 한 두 수저, 활성액 넣고 놔두면 되거든요." 세 남자는 배추벌레 퇴치에 은행나무 즙을 추천했다. 천연 재료들은 종류가 다양하다. 문제는 재료 값. "농약보다 훨씬 비싸죠. 정부가 무상공급하면 좋죠."

생산 원가만 훌쩍 뛰었다. 그래도 친환경 농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나도 내 부모가 있고 자식이 있는데 독한 약을 써서 되겠어유?"

세 남자는 빈농이었다.

셋은 어린 시절부터 논밭을 일궜다. 지병으로 앓아누우신 아버지를 대신해, 노름에 빠진 아버지를 대신해 물지게를 날랐고, 소를 몰았다. 보릿고개도 넘었다. 그래도 불평 한 번 않고 일했다.

"하류층이쥬. 그래도 그 시절엔유 하다 못해 개떡 하나라도 나눠 먹고 그랬지유. 지금은 농촌 인심도 그렇게까진 아니쥬."

모두가 가난하기에 위로받던 시절이다.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 졸업장이 전부인 이들은 한 때 청운의 꿈을 품고 객지 생활도 해봤다.

"스물다섯에 서울 핸드백 공장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올라 갔어유. 말 주변이 있으니까 외주 일을 맡기더만유. 잠실 롯데월드에 백 납품하러 무진장 다녔쥬. 그 때 첫 봉급이 50만원. 봉급날 회식을 하는데 서울에 '0번지'라고 스탠드빠에 갔어유. 월급봉투 딱 넣고. 공장장이 한 잔을 딱 사는 거예유. 사는 거 보니까 파워가 얼마 아녀유. '내가 직급이 두 번짼데 공장장님 내가 한 잔 사야지유.' 사다 보니까 50만원을 다 써버렸네."

김씨 이야기다. 새벽 4시30분부터 밤늦게까지 일해도 월급날 다음 아침이면 지갑이 텅 비었다. 2년을 꼬박 일해 산 땅이라곤 고향 논 한 마지기가 전부였다.

"월급은 한계가 있고, 아 이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유."

차라리 농촌이 나았다. 농사는 땀 흘린 만큼 거두는 일이기에.

귀향한 이들은 봄 배추, 여름 수박, 가을 배추를 3모작했고, 소도 키웠다. 열 이면 여섯 번은 본전도 못 찾았지만 아끼고 아껴 모아 땅을 샀고, 자식 대학공부까지 시켰다. 강씨가 말했다. "땅을 사면서 내가 애들을 가르쳤어요. 제 자랑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랑이유. 농촌서 어떻게 딸 셋을 대학, 대학원까지 보낼 수 있습니까."

남한테 신세 안 지고 사는 게 소원이었다는 원씨도 꿈을 이뤘다. 임대농이지만 행복한 이유다. 김씨는 땅 부자다.

농수(農數)라고 한다.

농사에도 운이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비가 오면 와서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걱정인 농촌에서 바라볼 곳은 하늘 뿐. 신앙은 세 남자의 삶에 바람처럼 깃들었다. 원씨는 20대 청년 시절 성경을 끼고 다녔다. 남들이 논에서 모를 심을 때, 모를 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님이 도와주셔야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걸 깨달았다. 강씨는 중학생 때 인간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고민하다 하나님을 만났다. 김씨는 2년 전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세상이 궁금해 교회에 나가다 세례까지 받았다.

"험한 길 같았는데도 복된 길이었고, 우리가 좋아하는 길이었는데 돌이켜보면 악의 수난이었어요."

이들은 신 앞에서 인간이 한 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삶으로 체득했다. "양심상 말씀드리는 데 내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참 죄송스러워요."(강씨)

"우리가 최선을 다해 농사를 해야 하지만 신앙생활 역시도 최선을 다해야 해유. 저는 입으로 보다는 생활로다 본이 돼야 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네유."(원씨)

농촌에선 삶이 전도요 곧 신앙이다. 이들의 입에선 자랑이 나오지 않았다. 이웃에 귀감이 되는 이들이라는 데 어떤 선행에 대해서도 직접 들을 수 없었다. 가릴래야 가릴 수 없는 농촌의 삶 그리고 신앙. 배추 밭의 해가 뉘엿 졌다.

보령=글·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 사진=김태형 선임기자

 

오산 세 여자

10월의 햇살은 유난히도 강렬했다. 5일 경기도 오산시 세교동 대한성공회 제자교회 앞 텃밭에 허리를 구부린 세 여자의 얼굴엔 웃음이 만발했다.

이들이 몸을 잔뜩 구부린 채 정성껏 매만지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배추. 심은 지 얼마 안 된 파릇파릇한 이파리들은 땅 위로 빠꼼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오랜만의 따스한 햇살이 반가운 듯했다.

삼총사의 맏언니 이엘리사벳(61)씨는 배추와 이야기를 나눴다. "빨리 크렴. 예쁘게, 예쁘게 속이 꽉꽉 차게 커라." 옆에 있던 임희숙(58)씨와 문현주(37)씨 역시 배추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식물과 대화를 한다?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씨는 "제 새끼니까 뭐가 필요한지 뭐가 불편한지 대화하면 알게 되더라고요"라고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배추=나눔

이들에게 교회 텃밭의 배추는 '나눔'이다. 2003년 이 교회 성도 이홍준(76)씨가 땅을 기증해 교회가 만들어졌고 텃밭도 그때 생겼다. 이 교회 김장환 신부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키운 농작물을 주위 어려운 이웃과 나누자'는 이씨의 뜻에 따라 매해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텃밭은 400포기의 배추를 키워냈다. 12월11일 김장하는 날, 교회 앞마당은 축제의 장이었다. 교회 성도와 사제가 한데 어울려 잘 익은 배춧잎 안에 배춧속을 한 움큼씩 집어넣었다. 쓱싹쓱싹 김치를 버무리다 '아'하며 옆 사람 입에 김치를 넣어주던 모습은 어머니의 손길과 같았다.

교회는 그 아름다운 손길을 주변의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과 나눴다. 그 김치로 겨울을 지냈다는 인근 주민 최모(67) 할아버지는 "어찌나 양념을 실하게 했던지 교회 김치 하나면 밥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며 감사해 했다.

임씨는 곡괭이를 양손에 꽉 쥐고 땅을 골랐다. 그는 "자식처럼 아끼고 보살피고 수확한 뒤 김장을 해 어려운 사람에게 전달할 때의 그 느낌을 잊지 못해서 매년 이러고 있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느낌을 '농사짓는 동안의 고생을 다 잊을 수 있을 정도의 청량감'이라 표현했다.

세 여자는 키우는 배추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유기농이라 어디 내놔도 품질이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매일 배추와 얘기를 나누며 하나하나 소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는데 어찌 품질이 나쁠 수 있을까. 배추는 이들에게 어떤 것보다 소중해 보였다. 임씨가 큰 소리로 외쳤다. "요즘 배추 값도 비싼데 누가 우리 새끼들 훔쳐가지 않게 보초라도 서야겠어!"

나눔은 계속

올해는 안타깝게도 한참 배추가 자라야 할 시기에 비가 많이 내렸다. 텃밭을 전담 관리하는 전천택(60)씨는 "비가 많이 와 배추가 싹이 나기 전에 이미 많이 죽었어. 지난해보다 수확량은 줄어들 게 분명해 걱정이야"라고 씁쓸해 했다.

그럼에도 제자교회의 나눔은 올해도 계속된다. 김 신부는 "올해는 교회가 자급자족할 정도만 배추를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교회에서 먹는 양을 줄이더라도 주위에 아낌없이 나눠줄 것"이라고 했다.

세 여자는 수확량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 이미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임씨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어떤 농작물도 잘 자라는 축복 받은 땅이야"라고 말했다.

문씨는 '땅은 진실하다'는 교훈을 배추 재배를 통해 얻었다고 했다. 무슨 일이든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만 특히 땅은 얻는 정도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는 "밭 갈고, 땡볕에 일일이 잡초 뽑고, 더울 때도 비지땀을 흘려 피부가 안 좋아질 때도 많아요"라고 살짝 투덜댔다.

하지만 그 노력의 결과가 너무나 크다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었다. 내리쬐는 햇볕에도 굴하지 않고 이들은 오늘도 배추를 만졌다.

오산=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 사진=김태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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