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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대세 흐름 읽기/수수께끼*미스테리

대전 현충원에 핀 우담바라

by 바로요거 2010. 6. 22.

대전 현충원에 핀 우담바라

 

대전 현충원에 '우담바라'가 피었습니다
[오마이뉴스 2005-10-21 18:56]    
[오마이뉴스 임윤수 기자] 
▲ 대전 국립현충원에도 가을이 찾아들었습니다. 촉촉하게 젖은 단풍이 훨씬 때깔 나니 아름답고 보기도 좋습니다.
ⓒ2005 임윤수
가을비가 촉촉이 내립니다. 이렇듯 비가 내리고 낙엽이 떨어질 때면 어설픈 기억을 더듬어 학창 시절에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립니다. 바바리코트의 기다란 옷자락을 늘어트리고, 고개를 반쯤은 떨친 채 터벅터벅 걷던 주인공의 우수에 젖은 듯한 뒷모습을 떠올립니다.

눈부시도록 맑은 날, 바람결에라도 날아갈듯 바스락거리는 단풍들도 보기 좋지만 오늘처럼 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 바라보는 단풍도 보기 좋습니다. 립 그로스라도 바른 듯 빨간 단풍은 더 빨갛고, 노란 단풍은 더 노랗게 보이니 훨씬 더 자극적인 그런 때깔이 됩니다. 비에 촉촉이 젖은 단풍을 보아야 제대로 된 색감과 질감이란 것을 말 할 수 있을 겁니다.

▲ 알록달록 단풍 너머로 호국영령들의 유골이 안장된 묘지가 보입니다.
ⓒ2005 임윤수
이렇게 비가 나리는 날, 단풍을 보겠다고 굳이 산이나 계곡을 찾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가까운 공원, 우산 펼쳐들고 일이십 분 걸으면 다가갈 수 있는 집 근처 공원엘 가도 얼마든 곱고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으니 단풍을 보겠다고 나서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도심 공원이라 할지라도 비가 내리니 사람들이 복작거리지도 않을 뿐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할 훼방꾼들도 거의 없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단풍색이나 식물들의 질감을 느끼려면 비오는 날이나 아침이슬이 마르기 전인 이른 시간에 나가 보십시오. 우산을 펼쳐들어도 어깨나 바짓가랑이가 젖는 것쯤은 감수해야 하지만 제대로 된, 눈에만 머물지 않고 가슴까지 파고드는 정말 아름다운 가을 색깔과 단풍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가을비 아랑곳하지 않고 호국영령들의 유골이 모셔지고 있습니다.
ⓒ2005 임윤수
가을비 나리는 21일 오전에 애국지사와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대전 현충원엘 다녀왔습니다. 어느 때 찾아가도 현충원은 잘 정돈되어 있고 고요하기만 합니다. 그런 현충원에도 가을이 찾아들었습니다. 가로수는 물론 조경수까지 알록달록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성급한 나무들은 이미 낙엽이 되어 잔디나 아스팔트 위를 뒹굴기도 합니다.

▲ 국기봉처럼 생긴 씨앗에도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듯 빗방울로 눈물방울을 맺었습니다.
ⓒ2005 임윤수
우산을 벗기엔 좀 마땅치 않을 만큼 애매한 가랑비가 나립니다.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으려니 저만치 아래서 "얍! 얍!" 거리는 구령소리가 들립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눈길을 돌리니 우산을 쓴 군인들이 영정인 듯한 뭔가를 가슴에 안고 일렬로 늘어서 묘역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갑니다.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리는데….

▲ 수백 수천의 호국영령들에게 하나하나 그 추모의 뜻을 밝히듯 국기봉을 닮은 씨앗이 다닥다닥 열렸습니다.
ⓒ2005 임윤수
얍! 얍! 거리는 구령소리는 크고 절도 있었지만 왠지 뚝뚝 눈물 흘릴 것 같은 애절함이 배어 있고 숭고함을 받드는 경건함이 가득합니다. 한발 한발 내딛던 그들의 발걸음은 가을비를 가려줄 차일이 쳐진 곳에서 멈춥니다.

 

 

▲ 솔잎에는 보석방울 같은 물방울은 물론 천상의 꽃이라고 하는 우담바라도 피어 있었습니다.
ⓒ2005 임윤수

 

 

▲ 호국영령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위로 하는 듯 우담바라가 피었습니다.
ⓒ2005 임윤수

 

 

▲ 이것을 보고 천상의 꽃인 우담바라가 아니고 물잠자리 알이니 뭐니 할지 모르지만 그냥 호국영령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피워낸 천상의 꽃이라고 생각하렵니다.
ⓒ2005 임윤수
누군가, 그 누군가가 호국영령이 되어 현충원에 모셔지는 날인가봅니다. 언제나 푸른 빛을 잃지 않는, 사시사철 푸르기만 한 솔잎에 빗방울들이 보석 알처럼 대롱대롱 달려 있습니다. 너무 깨끗하고 영롱해 보입니다. 그런 빗방울을 보고 있노라니 솔잎 하나에 수염 같기도 하고 이슬 같기도 한 뭔가가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니 천상의 꽃이라고 하는 '우담바라'입니다.

▲ 자식이나 형제를 보내야 하는 부모나 형제의 아픈 마음처럼 현충원엔 이파리들이 온통 빨갛게 물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2005 임윤수
불가에서 성스런 꽃이라고 하는 천상의 꽃 우담바라가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현충원에도 활짝 피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럴 때마다 '물잠자리의 알'이니 뭐니 하면서 의미를 없애려 토를 달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냥 우담바라라고 생각하렵니다.

한도 많고 설음도 많을 사람들, 꽃다운 청춘은 물론 하나뿐인 그 목숨까지 나라 위해 기꺼이 바치신 분들이 고이 잠들어 있는 곳에 피어난 꽃이니 그것이 설사 생물학적으론 물잠자리 알일지라도 그냥 천상의 꽃 우담바라라고 생각하렵니다.

▲ 뚜둑 뚝! 산자가 감당해야 하는 그 슬픔처럼 단풍잎에 머물던 물방울이 눈물처럼 고이고 떨어집니다.
ⓒ2005 임윤수
대전 국립현충원에도 찾아들은 가을, 가을비 내리는 그 가을날 호국영령들의 그 숭고함을 경배하고 위로하듯 한 떨기 우담바라가 천상의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우담바라와 묘비들을 번갈아 바라보노라니 영화의 주인공처럼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옵니다.

노랫말처럼 가을비 우산 속에는 이슬만 맺히는 게 아니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이 천상의 꽃으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가을비와 단풍들은 현충원에도 어김 없이 가을수채화를 그려가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 고인의 유가족 중 현충원에 핀 우담바라를 직접 보고 싶으신 분은 안내해 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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