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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원과 백일홍

by 바로요거 2009. 5. 16.

자미원과 백일홍

 

[조용헌 살롱] 百日紅

[조선일보 2006-09-11 00:02]    

[조선일보]

태극의 색깔을 보면 청(靑)홍(紅)으로 되어 있다. 은 각기 음과 양을 대표하는 색깔이기도 하다. 청을 대표하는 나무를 꼽는다면 소나무이다. 소나무는 눈 덮인 겨울 산에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다고 해서 선비들의 존중을 받았다.

그렇다면 홍을 대표하는 나무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까 백일홍(百日紅)이다. 보통 꽃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인데, 백일홍은 100일 동안이나 붉은 꽃을 피운다. 대략 7월 초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서 9월 말까지 꽃이 피어 있다. 이 기간 동안에 세 번 꽃이 핀다. 7월 초에 20일 정도 꽃이 피었다가 10일 정도 시들고, 다시 8월 초에 20일 정도 꽃이 핀다. 그리고 10일 정도 시들었다가 다시 9월 초에 20일 정도 꽃이 피는 것이다.

백일홍이 완전히 지고 나면 햅쌀이 나오기 시작한다. 특히 8월 말에서 9월 초까지 붉게 피어 있는 백일홍은 선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시기에는 다른 꽃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로지 백일홍만이 홀로 고고하게 피어 있는 것이다. 꽃 중에서 이처럼 ‘독야홍홍(獨也紅紅)’하는 것은 백일홍뿐이다.

조선초기의 일류 멋쟁이였던 강희안(姜希顔·1417~1464)은 꽃과 나무를 유달리 좋아하였다. 꽃과 나무에 관한 국내 최고의 원예서인 양화소록(養花小錄)의 저자이기도 하다. 강희안은 꽃과 나무를 9품으로 분류하였는데, 그중 백일홍을 매화·소나무와 함께 1품으로 분류하였다. 그만큼 품격 있게 본 꽃나무이다. 그는 백일홍에 대해서 “비단 같은 꽃이 노을 빛에 곱게 물들어 사람의 혼을 빼앗는 듯 피어 있으니 품격이 최고이다”고 평가했다.

전남 담양의 소쇄원(瀟灑園) 앞으로 흐르는 냇물은 그 이름을 ‘자미탄’(紫薇灘)이라고 부른다. 냇물 주변에 수백 년 전부터 수십 그루의 백일홍이 열을 지어 피었기 때문이다. 냇물 이름을 왜 그렇게 했을까? 백일홍을 ‘자미’(紫薇)라고도 불렀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동양의 고천문학(古天文學)에서 하늘의 중심으로 보는 자미원(紫薇垣)이라는 별자리와 관련 있는 것 같다. 옛 사람들은 백일홍을 보며 하늘의 자미원이 지상에 강림한 것으로 생각했던 게 아닐까. 초가을에 접어드는 요즘은 백일홍이 유난히 돋보이는 계절이다.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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