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보내는 다양한 소리들

“우주가 보내는 소리 들리나요”

[파이낸셜뉴스 2007-03-25 18:54]

미국 아이오와 대학의 물리학자인 돈 거넷 교수는 나사의 보이저, 갈릴레오, 카시니를 비롯해 20개가 넘는 우주탐사선으로부터 진공에 가까운 우주에 퍼져 있는 옅은 플라스마(뜨거운 전하가 걸린 가스층)에 걸린 파장을 기록해 왔다. 그는 라디오 수신기가 전파를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바꿔 주는 것과 같은 원리로 전송된 플라스마 파장을 소리로 변환했다. 그리고 지난 40여년간 모아온 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들을 한 상자에 보관하고 있다. ■진공인 우주에서 소리가? 음파가 퍼져 나가기 위해서는 공기가 필요하다. 우주는 고요한 암흑 진공체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우주공간은 완벽한 무음이라는 이론이 성립된다. 하지만 행성을 둘러싼 또는 행성들 간의 공간은 완벽한 진공상태가 아니다. 이 공간은 플라스마라고 불리는 이온화된 기체로 가득 차 있다. 이 기체는 매우 뜨겁기 때문에 개별 원자들은 전기적으로 충전된 입자로 분리되며 이 매개체에서 퍼지는 플라스마 파동은 음파 및 라디오 파동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기체 상태의 물질에 계속 열을 가해서 온도를 올려 주면 이온핵과 자유전자로 이루어진 입자들의 집합체가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상태의 물질을 플라스마라고 한다. 플라스마는 물질의 세 가지 상태로 알려진 고체, 액체, 기체와 더불어 ‘제4의 물질상태’로 불리기도 한다. 지구상에서는 흔하지 않은 현상이지만 우주에서는 거의 모든 물질의 정상 상태가 플라스마 상태다. 태양의 대기 또한 플라스마로 채워져 있으며 태양풍은 이러한 플라스마의 방출 현상이다. 번갯불이나 오로라도 플라스마가 만들어 내는 빛이다. ■우주탐사선이 전한다 1977년 쏘아 올린 보이저 우주탐사선은 지난 25년간 광활한 우주 세계를 탐사하면서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지나는 동안 감지된 우주의 시그널을 채집했다. 거넷의 악기(우주 탐사선)는 여전히 우주에서 플라스마의 파장을 조사하고 있다. 보이저 1호는 태양풍(solar wind)이 닿는 가장 먼 곳으로부터 플라스마 파장에 대한 정보를 계속 보내 오고 있다. 보이저 1호는 최소한 2020년까지 데이터를 전송할 예정이어서 태양계와 성간(별과 별 사이) 우주 사이의 경계에서 파장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탐사 장비들과 함께 플라스마 파장을 수집하는 장치도 탑재한 카시니호는 2004년부터 토성 궤도를 돌기 시작했다. 1995년부터 목성의 궤도를 돌고 있는 갈릴레오호는 2002년부터 거대 행성의 고방사선 환경을 분석하기 위해 플라스마 파장 수집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다양한 우주의 소리 전자기적인 현상인 돈 코러스(Dawn Chorus)는 해가 뜰 때나 뜨고 난 직후에 일어난다. 적당한 수신 장치만 있다면 마치 새들이 새벽에 지저귀는 듯한 소리를 들어볼 수도 있다. 이 소리는 지구의 자기권에 있는 밴앨런복사대(Van Allen Radiation Belts)에 고에너지 전자가 걸려 들어 나는 소리로 알려져 있다. 자기폭풍이 있을 때 더 잘 나타나며 오로라가 나타날 때도 일어난다. 이를 특히 오로랄 코러스(Auroral Chorus)라고도 부른다. 오로랄 코러스는 아주 낮은 주파수 대역에서 오로라의 전자기적인 효과에 의해 새들의 지저귐, 휘파람, 음악과 같은 소리가 연결되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오로랄 코러스는 목성이나 토성에서도 들을 수 있다. 오로라가 나타날 수 있는 대기 조건을 갖춘 곳이면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소리인 것이다. 2002년에는 카시니호가 토성의 오로랄 코러스를 기록했다. 휘슬러(Whistler)는 아주 낮은 주파수의 전자기 파장이다. 보통은 번개와 같은 현상을 통해 일어난다. 휘슬러의 주파수는 1에서 30㎑ 전자기적인 파장이긴 하지만 가청대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적당한 수신기만 있으면 소리로 변환할 수 있다. 보통은 번개가 쳐서 그 임펄스(충격전류)가 자기대를 따라 지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생긴다. 저주파가 전리층을 지날 때 속도가 늦춰지기 때문에 수 초 정도 지속되는 하강 형태의 톤으로 들리게 된다. 휘슬러는 목성에서도 수신됐다. 도움말=한국과학문화재단, LG아트센터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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