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유용하고 세상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차원 높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본 블로그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잘 간파하셔서 끊임없이
인생담론*행복론/新기술*미래문명

외국 극지연구 어디까지 왔나?

by 바로요거 2008. 4. 3.
 
외국 극지연구 어디까지 왔나?
뉴시스|기사입력 2008-03-05 16:13
 

 
외국 극지연구 어디까지 왔나?

【서울=뉴시스】

미지의 대륙 남극은 인류의 기원과 미래를 알 수 있는 주요한 연구처다. 우리가 20여 년 전 세종연구소를 세웠을 당시 이미 선진국들은 80여 년 전부터 극지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연구에 뛰어들었다.

늦어도 한참 늦은 극지연구지만, 대한민국의 두뇌들은 80여 년의 시차를 극복하고 차츰 연구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대표적인 극지연구 성과와 연구 진행 과정 등을 살펴본다.

◇‘냉동타임캡슐’ 빙하연구 박차

남극을 덮은 빙원(氷原)의 얼음은 과거 지구의 환경을 반영하는 여러 가지 기록들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냉동타임캡슐’이라고 부른다.

또 얼음덩어리는 그 얼음이 만들어질 당시의 기온 기록을 가지고 있어서 얼음을 ‘지구의 온도계’라고도 한다. 또 얼음 속에 있는 미세한 기포들의 여러 가지 화학성분을 분석하면 당시의 대기환경까지 유추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빙하연구는 프랑스 빙하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홍성민박사가 1995년 말에 귀국하면서 시작됐다. 1998년 청정실험 공간이 마련되고, 2000년에 청정실험실 규모가 확장되었다. 동시에 냉동실험실도 만들어지면서 최소한의 기반시설이 갖춰졌다.

우리나라가 빙하코어 시추 지점 조사를 위해 처음으로 빙원을 탐사한 것은 1998년 1월이다. 당시 리빙스톤 섬에서 지반탐사장비인 GPR을 이용해 빙원 층의 두께와 내부구조에 대한 탐사를 벌인 것이다.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확보해서 연구한 최초의 얼음시료는 볼리비아의 사하마(Sajama) 얼음이었다. 132m 길이의 열대지방 고산지역 얼음이다. 최하부는 약 2만 5000년의 연대를 가지고 있어서 가장 최근에 있었던 빙하기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그리고 프랑스의 협력연구로 사하마 빙하코어를 분석했다.

다음으로 확보해서 분석한 얼음은 남극에서 시추한, 그 유명한 보스토크기지의 얼음이었다.
보스토크 코어는 길이가 3623m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코어다. 연대는 무려 42만 년에 달한다. 42만 년이라면 10만 년 주기의 빙하기와 간빙기 주기가 네 번 반복된 연대에 해당한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 빙하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확보한 에베레스트 산의 얼음이다. 에베레스트 산의 해발 6500m나 되는 지점에서 시추한 이 고산 빙하코어는 극지연구소가 시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서 확보했다.

또 일본극지연구소 협조를 받아 2006년 남극대륙에 있는 일본 돔 후지기지의 시추작업에 처음으로 참가해 돔 후지 기지에서 깊이 3000m를 넘게 시추했다. 2006년과 지난해에는 바닥까지 시추했다.

또한 지난해 6월에는 남․북극 국제 얼음시추 프로그램과 별도로 극지연구소와 중국 빙하연구소가 공동으로 티베트고원에 있는 해발 5300m의 킬리안(Qilian)산에서 빙하를 시추했다. 깊이 100m 내외까지 처음으로 시추하는 귀중한 경험을 체득했다.

이 외에 지난해부터 80만 년의 연대를 가진 유럽남극빙원굴착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탈로스 돔(Talos Dome)의 얼음분석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빙하연구에 가장 필요한 인프라는 무엇보다, 빙하를 시추하는 기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빙하시추 기술은 시추하려는 깊이가 깊어질수록 더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물론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시추 기술과 더불어 필요한 것은 인프라 환경이다. 때로 해안가에서 1000㎞이상 떨어진 남극대륙 내륙에 있는 시추 현장까지 영하 수십 도의 저온 환경을 극복하면서 대량의 물자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빙하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시료를 분석해서 연구할 능력이 없으면 빙하코어는 얼음 기둥일 뿐이다.

끝으로 빙하를 시추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가깝고 지원이 가능한 기지가 있어야 한다. 남극 빙하코어는 대부분 남극대륙에서 시추하기 때문에 남극대륙에 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이 빙하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이다. 그런 점에서 2011년까지 대륙에 기지를 짓겠다는 계획은 더더욱 중요하다.

◇‘불타는 얼음’…가스하이드레이트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불타는 얼음’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미래의 에너지로 최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전 세계 매장량은 화석연료 총량의 두 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으로 알려져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천연가스가 물분자내에 묶여 얼음형태를 이루는 고체물질로 저온 고압 환경에서 잘 형성된다. 육지에서는 주로 북극의 영구동토지역에서만 발견되며, 해양에서는 수심 300m 이상 해역에서 발견된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테마인 자원과 환경이라는 두 주제를 포함한 매력 있는 물질로 손꼽힌다. 극지지역에는 이런 가스하이드레이트가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고 개발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연구하기 가장 좋은 지역이다.

극지연구소의 남극지구 물리연구팀은 남극반도 해역에서 1993년부터 탄성파탐사를 포함한, 종합 해저지질탐사를 해왔다. 탄성파탐사는 병원에서 인체 내부를 영상으로 진단할 때 사용하는 초음파 진료기와 매우 비슷한 원리다.

국내 연구팀이 세종기지가 있는 킹조지 섬의 북동 대륙사면에서 얻은 탄성파탐사 단면도에서는 해저면 약 600m 아래에 아주 넓은 지역에 걸쳐 매우 강한 반사 층이 확인됐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해저 면에서 지하 일정 깊이까지는 안정된 상태로 존재하지만, 지온이 상승하면서 그 깊이 이하에서는 가스로만 존재한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정밀하게 매장량 평가를 한 결과 남쉐틀랜드 군도 북동해역에 약 4.8×1010㎥(표준상태 메탄의 양으로는 7.7×1012㎥)에 달하는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매장되어 있음을 밝혔다. 이는 국내 소비량의 400년치에 해당하는 매장량이다.

현재까지 남극지역에서 진행한 가스하이드레이트 연구는 남쉐틀랜드 군도의 북동해역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군도의 북부 해역 전역에 걸쳐 가스하이드레이트의 분포를 파악하는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 지역에서 영국, 일본, 이탈리아, 미국 같은 다른 국가에서 얻은 탄성파 자료를 수집하고, 자료가 없는 지역에 대한 탐사를 벌일 예정이다.

◇‘우주 DNA’ 운석 자체 연구 진행

극지연구소는 2011년 남극 제2대륙기지 건설에 대비해 연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태양계 형성과 진화의 비밀을 풀어 줄 ‘우주 DNA’인 운석 연구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남극대륙 운석탐사 계획을 2005년부터 기획하기 시작했다.

2006년 8월, 세계 4대 남극운석 탐사국가의 탐사대장급 전문가를 초청해 제1차 국제 남극 운석탐사 워크숍을 열고 한국형 남극운석 탐사 프로그램 실행계획도 세웠다. 그 과정에서 외국의 운석을 공동으로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자체적인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그 결과 지난해 1월 한 달간 서남극 안쪽 고원지대인 패트리어트 힐스(Patriot Hills) 주변지역 세 곳에서 국내 남극 연구사상 최초로 운석을 탐사했다.

제1탐사지역인 마틴힐과 내쉬힐은 지난해 1월11~17일까지 탐사했다. 내쉬힐에 대한 초기 정찰을 통해 청빙(靑氷)지대가 크게 발달하지 못한 것을 알고 탐사에서 제외했다. 마틴힐 북쪽의 청빙지역을 탐사했으나 운석 채집에 실패하고, 산악지역에서 화산암 시료 20점을 채취했다.

제2탐사지역인 피릿힐은 지난해 1월19~22일에 둘러봤다. 마틴힐에서 110㎞를 스키두(1인용 설상차)로 횡단해 화강암 산지로 구성된 피릿힐 북동측에 캠프를 설치했다. 4~5개로 분리된 청빙지역에서 운석을 찾았으나 역시 실패했다. 암석 연구를 위해 중생대 화강암 시료 20점 이상을 채취하는데 그쳤다.

제3탐사지역인 티엘산맥은 지난해 1월28일에 탐사했다. 티엘산맥까지 경비행기를 타고 가 물턴 절벽(Moulton Escarpment) 부근 청빙지역에 착륙했다. 여기에서 6시간을 탐사해 모두 다섯 개의 운석을 채집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편 티엘산맥은 과거 미국 운석연구팀이 한두 차례 탐사했던 지역이지만, 미국의 맥머도기지에서 너무 멀어서 최근 미국팀의 관심에서 제외된 곳이다.

탐사로 채집한 운석을 분류,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레이저 불화방식 산소동위원소 분석시스템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극지연구소에 설치했다.

분석시스템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남극운석 다섯 개를 분석한 결과, 모두 미분화운석 중 보통(普通) 콘드라이트(ordinary chondrite)인 것으로 나왔다. 이 결과를 지난해 5월부터 8월에 걸쳐, 한국암석학회와 일본남극운석학회 및 제70차 국제운석학회에서 보고했다.

또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에는 티엘산맥에서 2차 운석탐사를 벌여 17개의 새로운 빙하를 채취했는데, 1차 때보다 훨씬 크고 희귀한 운석들이어서 연구 가치가 높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관련사진 있음>

김훈기 기자 bo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