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식
(시: 고은)
효란 효에 갇히지 말 것
독립운동가 장형의 아들
장충식
키 크다
얼굴 길다
그 긴 몸 속
여러 나라 말 푹 익어 주룩주룩 나온다
해외유학중
아버지의 별세로 돌아왔다
장례 마치고
그대로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행여나
아버지 생전
아버지에게 원수진 사람 있나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사람 있나
아버지에게 손해본 사람 있나
아버지 때문에 망한 사람 있나
아버지한테서 지울 수 없는 상처 받은 사람 있나
아버지의 친지
아버지의 측근으로부터
이런 사람들 하나하나 알아내어
무려 10여년이나
그 사람들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혹은
아버지 대신 모자 벗고 빌고
혹은
아버지 대신 두 손 잡고 달래고
혹은 아버지 대신 단돈 몇푼이라도 갚고 물어주고
그러고 나자
지하의 아버지 생전의 원만한 모습 그대로
꿈속에 나타나 흥겹게 노래하시기를
식아
식아
이제 나 구만리장천 훨훨 날아다니게 되었구나
나는 누구뇨 아버지를 사는 아들
나는 누구뇨 아들을 사는 아버지
이 두 사람의 생과 사 꽃울타리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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