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질병의 사각지대, 애완동물의 경고

“원숭이 천연두는 한국 등지에서도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KBS1-TV 환경스페셜〈질병의 사각지대, 애완동물의 경고〉 　 닭, 오리 등 가금류에 치명적이었던 조류독감이 마침내 인간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동남아에서 1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동물에서 인간으로, 다시 인간에서 인간으로의 전염은 세계적인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어 극히 우려된다. 　 야생에서 인간 곁으로 다가온 애완동물 또한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환경스페셜〈질병의 사각지대, 애완동물의 경고〉는 애완동물과의 접촉으로 발생하는 주요한 질병들을 다루고 있다. 본 지면에서는 지난해 미국 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간‘원숭이천연두’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전염병의 제왕으로 불리는‘천연두’가 만일 대한민국에서 크게 발병한다면 천연두 백신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하 방송원문 발췌) 　 　 최근 미국에서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건 수입 애완동물이다. 지난해 5월 미국 위스콘신 주에선 뜻밖의 전염병이 발생했다. 4살 된 여자아이의 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의 증상은 곧 부모에게도 옮겨졌다. 발열·두통·근육통과 함께 물집이 생기는 이 병은 다른 지역으로도 점점 번져나갔다. 위스콘신에서 처음 발생한 이 병은 일리노이, 워싱턴, 시카고 등 15개 주로 번지면서 의심환자가 87명으로 늘어났다. 　 미국 전역은 긴장했다. 알 수 없는 질병이 미국을 위협한 것이다. 조사결과 이 전염병은‘원숭이천연두’로 밝혀졌다. 원숭이천연두는 아프리카 중서부 열대우림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치사율이 10퍼센트인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다. 지난 1996년 아프리카 콩고에선 500여명의 환자가 발생, 10여명이 사망을 하기도 했다. 　 커트 리드 박사 / 미국 마쉬필드 병원: “아주 많은 질병들이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다. 200여 개는 될 것이다. 원숭이천연두는 프레리도그에 의해 옮겨졌다.” 　 추적결과 원숭이천연두는 집에서 기르던 프레리도그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타미 카우처 / 원숭이천연두 환자: “병이 났을 당시 딸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나?” “속으로 그런 생각도 했다.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프리카의 질병이 어떻게 미국에서 발생한 것일까? 프레리도그는 미국 텍사스에 사는 1㎏정도의 다람쥐과 동물이다. 이 프레리도그에게 전염병을 옮긴것은 아프리카 잠비안산 쥐였다. 　 원숭이천연두는 지난해 4월 아프리카 가나에서 수입된 설치류에서 시작됐다. 비행기로 수입된 설치류는 일리노이스에 있는 애완동물 판매회사로 옮겨졌고, 그 보관과정에서 프레리도그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 원숭이천연두 바이러스가 프레리도그에게 전염됐다. 　 　 래그너리 아이든 박사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바이러스부: “내 생각에는 원숭이천연두 발병에 대해 전세계가 다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물수입의 속도가 교통의 발달로 굉장히 빨라졌다. 이번 사건의 동물들은 아프리카에서 직행 비행기로 몇 시간 안에 미국 텍사스에 내렸고, 이러한 질병 발생은 여러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단지 미국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한국이나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행히 이번에 사망자가 없었던 것은 미리 준비해둔 백신 때문이었다. 지난 2001년 9·11테러 사건 이후 미국은 생화학적 테러에 대비해 천연두 백신을 준비해 두었다. 다행히 천연두 백신은 원숭이천연두 치료에도 효과적이었다. 만일 준비된 백신이 없었다면 어떤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원숭이천연두 발생 후 미국은 6종류의 아프리카산 설치류에 대한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또한 미국 내에서 프레리도그의 판매도 영구히 금지됐다. 이 프레리도그 사건은 미국에서 수입동물의 위험성과 검역강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