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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끈 이론-1cm의 1억분의 1억분의 1의 또 10억분의 1

by 바로요거 2007. 12. 3.

초끈 이론은 '숨겨진 차원'의 존재를 예언한다.

물질을 분할해 나가면 마지막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과학의 역사 중에서도 가장 심원한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이다. 종래의 물리학에서는 물질의 최소 단위 '소립자'는 크기가 0인 '점'이라고 생각되어 왔다. 현재는 소립자끼리의 반응을 소립자를 점으로 생각하는 '표준 모델'을 바탕으로 매우 정밀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귀찮은 문제도 남아 있다. 소립자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을 표준 모델처럼 계산하면 값이 무한대가 되어 버리는 등 현실 세계와 모순되는 것이다. 그래서 1984년 경부터 물리학자들은 '점이 틀린다면 길이가 있는 끈이라면 어떨까?'하고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물질의 최소 단위를 길이가 있는 '끈'이라 하여 이론을 구축해 보았던 것이다. 그러자 모순이 해소되고 미시 세계에서의 중력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것이 '초끈 이론'이며, 1984년 경부터 '제1차 초끈 이론 붐'이 일어났다. 바이올린의 현이 진동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음색을 내는 것처럼, 끈도 진동의 차이에 의해 여러 종류의 소립자로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력 이외에도 소립자 사이에는 3가지 힘이 더 알려져 있다. 원자핵과 전자를 결합시켜 원자를 만드는 '전자기력', 쿼크(양성자와 중성자의 구성 요소) 끼리를 결합시키는 '강한 상호 작용', 소립자 붕괴를 일으키는 '약한 상호 작용' 등이다. 중력 이외의 3가지 힘은 통일된 하나의 힘으로 이론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이 거의 밝혀져 있다. 그래서 초끈 이론이 완성되면 중력도 포함하여 모든 힘을 통일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한다. 초끈 이론은 현대의 중력 이론인 '일반 상대성 이론'과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통합한 이론이 된다고 하여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 이라고도 한다. 일본 교토 대학 대학원 이학연구과 교수 가와아이 히카루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초끈 이론이 완성되면 물리학의 모든 이론이 통일되는 셈이다. 우리 우주의 시공간(시간과 공간)이 왜 4차원인지 설명되고, 나아가 소립자의 질량과 4가지 힘의 크기 등이 왜 관측되고 있는 것과 같은 값인지도 밝혀지리라 생각한다."

 

 

끈을 늘이면 늘인 만큼 질량이 증가한다.

그럼 초끈 이론의 끈이란 어떤 것일까? 이것은 고무끈과는 전혀 다르다. 우선 길이는 10-35m 정도로 매우 작다. 이것은 1cm의 1억분의 1억분의 1의 또 10억분의 1이라는 작은 크기이다. 그리고 끈의 굵기는 0이다. 끈은 '무엇인가로 이루어져 있는'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선 모양으로 모여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 도쿄 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인 요네야 다미아키 박사는 '끈이란 무엇인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끈을 늘이더라도 단위 길이당 질량(에너지)은 바뀌지 않는다. 즉 늘이면 늘일수록 길이에 비례하여 질량은 늘어난다. 고무끈은 늘이면 그 만큼 가늘어지지만, 초끈 이론의 끈은 굵기가 0이므로 늘이는 데 사용한 에너지가 그대로 늘어난 끈의 질량이 된다."

요네야 박사는 초끈 이론이 주목되기 10년 전인 1973년~1974년에 초끈 이론이 미시 세계의 중력 이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지적한 사람이다. "끈의 성질을 양자역학에 따라 엄밀하게 다루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자연스럽게 유도된다." (요네야 박사) 그 밖에도 초끈 이론이 원형이라고도 할 이론(하드론의 끈 모델)을 제창한 난부 요이치로 박사, 끈의 상호 작용에 관한 기초 이론을 구축한 사키타 분지 박사, 깃카와 게이지 등 많은 일본인이 초끈 이론의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초끈 이론의 배후에는 미지의 이론이 숨어 있다.

초끈 이론의 커다란 특징에 '차원'의 문제가 있다. 초끈 이론은 세계가 10차원(또는 11차원)이 아니면 모순되지 않는 이론을 구축할 수 없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3개의 공간 차원과 하나이 시간 차원으로 이루어진 '4차원 시공간'이다. 초끈 이론이 옳다면 우주에는 나머지 6개의 공간 차원이 '숨어 있는' 셈이다. 이것을 '잉여 차원'이라 한다. 차원이란 위치를 표시하는 데 최저한으로 필요한 좌표의 수라 할 수 있다. 어느 장소를 특정하는 데는 위도와 경도, 표고 3개의 값이 필요하므로 우리는 3차원 공간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끈은 9차원 공간(10차원 시공간)에 '있으므로', 끈에 대해 알려면 6개의 좌표가 더 필요해진다.

통상적으로 초끈 이론에서는 잉여 차원의 크기는 10-35m정도로 '압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굵기가 없는 1차원 선으로 보이는 거미줄도 현미경으로 확대하면 숨어 있떤 굵기가 보인다. 마찬가지로 잉여 차원도 매우 작고 둥글게 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1차 초끈 이론의 붐 이래 5종류의 초끈 이론이 제창되었는데, 1995년 에드워드 위튼(1951~) 박사가 "5종류의 초끈 이론은 미지의 이론 하나의 서로 다른 측면을 보고 있는 데 불과하다." 는 획기적인 견해를 제창하여 제2차 초끈 이론의 붐이 시작되었다. 현재 초끈 이론을 이처럼 넓은 견지에서 재구성하는 새로운 이론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발전 도상이다. 초끈 이론에 다시 1차원 늘린 11차원의 이론 'M이론'이 유력하다고들 하지만, 가와아이 박사는 '오히려 중요한 것은 초끈 이론의 참모습을 정식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브레인 월드 가설'이 현대 우주론을 고쳐 쓴다?

초끈 이론의 배후에 존재한다는 M이론. 그 전모의 해명에 관건이 되는 것은 '브레인' (정식으로는 D브레인)이라는 '막'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브레인은 1990년대 중간 무렵 '열린 끈의 끝은 어떻게 되어 있어야 하는가'를 이론적으로 고찰하던 가운데 '발견'되었다. 열린 끈의 양끝에는 막과 비슷한 브레인이 반드시 붙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브레인은 실험적으로 존재가 증명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존재이다.

브레인은 영어 membrane(막)으로부터 만들어진 말이지만, 브레인이 반드시 2차원이 평면은 아니고 점의 브레인(0차원), 입체 브레인(3차원), 나아가 고차원의 브레인도 존재한다. "브레인의 등장에 의해 끈만이 이론의 기본 요소라 할 수 없게 되었다. M이론은 끈에 대신하여 브레인을 기본 요소로 하여 기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네야 박사)

그런데 열린 끈은 브레인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할 수 있지만, 항상 양끝이 브레인에 붙어 있으므로 브레인으로부터 떨어질 수는 없다. 끈은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므로, 모든 물질도 또한 브레인에 붙어 있고 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견해로부터 '우주는 브레인이라는 막에 붙어 있다'는 설이 1999년경부터 제창되었다. 이것이 '브레인 월드(막우주) 가설'이다. 우리 우주는 고차원 공간에 떠다니는 막(공간 3차원의 브레인)이라는 것이다.

 

브레인의 충돌이 우주의 물질을 만들었다?

종래의 초끈 이론에서는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3차원 공간 이외의 잉여 차원의 크기는 10-35m 정도까지 압축되어 있다고 생각되어 왔다. 즉 '잉여 차원은 작아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질과 빛조차 3차원 브레인에 갇혀 있는 것이라면 어떤 크기의 잉여 차원에서도 우리에게는 애당초 보이지 않고 감지할 수 없게 된다. '잉여 차원은 어느 정도 크더라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 아이디어가 넓이를 가진 고차원 공간에 떠다니는 막우주라는 브레인 월드의 견해를 탄생시킨 것이다.

브레인 월드에 바탕을 둔 새로운 우주론은 1999년 이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현대 우주론에서는 '무에서의 우주 탄생론'이 주류이지만, 브레인 월드에 바탕을 둔 우주론에서는 우주 탄생을 2장의 브레인이 충돌한 것으로 설명하려는 연구도 있다. "고차원 공간에 떠다니는 2장의 브레인이 접근하여 충돌할 때 브레인의 운동 에너지가 현재의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에너지로 바뀌어 뜨거운 빅 뱅 우주가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본 도쿄 공업대학 대학원 이공학연구과 조교수 시로미즈 데쓰야 박사) 나아가서는 2장의 브레인이 충돌하고 멀어졌다가 다시 접근하여 충돌한다는 '사이클릭 유니버스(탄생과 종말을 되풀이하는 우주)설'을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

그리고 현대 우주론에서는 탄생 직후의 우주가 10의 몇십제곱분의 1초라는 한순간에 크기가 몇십 자릿수로 급팽창하였다는 '인플레이션 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이론은 여러 천문 관측 결과(우주의 등방향성과 평탄성, 우주 배경 복사의 얼룩 등)을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급팽창을 일으킨 에너지의 정체는 수수께끼이다. "한편 브레인의 충돌 모델이라면 인플레이션이 없더라도 천문 관측 결과에 모순되지 않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브레인의 충돌 전후를 어떻게 이론적으로 기술하느냐 하는 것은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시로미즈 박사)

그 밖에도 '암흑 물질(우주에 대량으로 존재하는 정체 불명의 중력원)'이나 '암흑 에너지(현재의 우주를 가속적으로 팽창시키는 정체 불명의 에너지)'라는 현대 우주론에서 커다란 수수께끼로 되어 있는 문제를 브레인 월드를 바탕으로 하여 설명하고자 하는 연구와, 위에서 소개한 설과는 반대로 브레인을 사용하여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연구도 있다. 앞으로의 연구 진전에 따라서는 브레인 월드에는 현대 우주론을 대폭 고쳐 쓸 가능성도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중력은 고차원 공간을 전해 줄 수 있다.

그런데 물질이나 빛 등은 브레인(막우주)에 붙지만, 닫힌 끈의 일부는 이론적으로 브레인을 튀어나가 고차원 공간으로 도망칠 수 있다. 이 닫힌 끈은 중력을 전하는 '중력자'라는 것이 알려져 있다. 즉 중력만은 고차원 공간을 전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커다란 잉여 차원이 있다면 중력자는 잉여 차원의 방향(고차원 공간)으로 도망쳐 가므로, 멀리 가면 중력자가 도망치는 만큼 중력은 약해지리라고 단순하게 행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의 우주에서는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으므로 큰 잉여 차원은 현실과 모순되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우주가 3차원 공간이라면 '2개의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역제곱 법칙'이 성립하며, 실제로 역제곱 법칙에 크게 어긋나는 것은 관측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로미즈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중력은 다른 힘에 비하여 극단적으로 약하므로 실은 중력의 역제곱 법칙은 0.1mm 이하의 규모에서는 실험적으로 확인되어 있지 않다. 즉 0.1mm 이하의 크기라면 비교적 큰 잉여 차원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모순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도 여러 개의 잉여 차원 가운데 적어도 2개는 0.1mm 정도의 크기가 있더라도 문제없다는 점이 알려져 있다." 나아가 특별한 조건에서는 잉여 차원이 무한히 크더라도 중력자가 막우주에 속박되어 관측에 모순되지 않는 모델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소립자 물리학으로 초끈 이론을 연구한 학자 가운데는 브레인 월드에 대해 신중한 견해도 있다. 가와아이 박사는 "큰 잉여 차원이라는 것은 흥미로운 아이디어지만 압축되어 있다는 종래의 견해가 이론적으로는 무리가 없다."면서 브레인 월드에는 부자연스러움이 따른다고 지적한다.

만약 0.1mm 정도의 잉여 차원이 정말 존재한다면, 0.1mm보다 훨씬 작은 크기에서는 잉여 차원의 효과로 중력은 역제곱 법칙으로부터 어긋날 것이다. 실제로 이 효과를 이용하여 잉여 차원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놀랄만한 시도가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소개한다.

 

 

브레인 월드 가설이 옳다면 가속기에서 미니 블랙홀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앞 편에서 본 것처럼 만일 브레인 월드가 옳고 0.1mm 정도 이하의 비교적 큰 잉여 차원이 존재하고 있을 경우, 중력은 근거리에서 역제곱 법칙에 어긋나 매우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효과를 이용하면 엄청난 일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2007년 완성 예정으로 스위스 주네브에 건설 중인 대형 가속기 'LHC'라면 크기가 10-19m 정도의 미니 블랙홀을 1초에 1개 비율로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시로미즈 박사)

블랙홀이란 빛조차 삼켜 버리는 강렬한 중력원이며, 항성이 폭발하고 남은 잔해로서 우주에 존재한다. 그것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천체에 상당하는 블랙홀의 질량은 막대하지만, 실은 블랙홀을 만드는 데 반드시 대량의 질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질량을 작은 공간에 밀어넣을 수만 있다면 야구공이나 소금 알갱이에서도 이론상 블랙홀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압축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가속기 LHC는 아광속의 양성자를 정면으로 충돌시켜, 10-24kg의 질량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10-19m라는 좁은 영역에 집중시킬 수 있다. 그러나 10-24kg이라는 작은 질량으로 블랙홀을 만들기 위해서는 종래의 중력 이론에서는 10-51m까지 압축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LHC에서 도달할 수 있는 10-19m와 비교하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아 실현 불가능하다.

"그러나 0.1mm 크기의 잉여차원이 정말 존재한다면, 단거리에서의 중력이 종래의 중력 이론에 비하여 매우 커져, 블랙홀이 형성되는 크기는 10-18m까지 커진다. 이것은 LHC로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로미즈 박사)

이상의 논의는 "어디까지나 낙관적인 이론 계산" (시로미즈 박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종래의 초끈 이론에서는 잉여 차원이 10-35m 정도로 생각되어 그 존재의 실험적인 검증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것이 브레인 월드의 개념이 등장함으로써 잉여 차원의 실험에서의 검증 가능성 뿐 아니라 인공 블랙홀의 형성 가능성이 논의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것만 하더라도 획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실현된다면 과학사를 뒤흔드는 일대 사건이 될 것이다.

 

 

출처: Newton 2004년 12월 호

http://starnspace.new21.org/bbs/zboard.php?id=space_science

출처: http://blog.naver.com/green_penc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