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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법칙*생존법/우주개벽 메시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전염병도 존재한다!

by 바로요거 2006. 11. 26.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전염병도 존재한다
[주간조선 2006-11-21 18:38]
 

사스, 광우병, 출혈열과 뇌염, 조류 바이러스의 비밀을 다룬 책자 잇달아 선보여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의학이 발전한 21세기야말로 진정한 전염병의 시대라고 주장하는 책이 있다. 전염병이라고 하면 천연두, 흑사병과 같은 과거 질병을 떠올리기 쉽다. 1980년 세계보건기구가 “지구상에서 자연 발생하는 천연두는 완전히 퇴치됐다”고 선언했고, 사람들은 인류가 그런 질병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26년이 지난 지금도 인류는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AIDS(후천성면역결핍증)다.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인간 광우병,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이 있다. 한국에선 발생하지 않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출혈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조류의 피를 빤 모기를 통해 인체에 전염되는 바이러스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준다) 등도 최근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전염병 바이러스다.


그래서 ‘기회를 기다리는 괴물 바이러스’(노은주 옮김, UPA)의 저자 네로메 구니아키는 “21세기는 바이러스의 습격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시작됐다”고 말한다. 구니아키는 일본의 저명한 바이러스 전문가로서,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전염병 바이러스들을 소개했다.

사스, 웨스트나일, 에볼라, 니파(뇌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등 사망률이 최소 10%에서 최대 90%까지 이르는 바이러스의 공통적인 특징은 동물에서 인간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닭, 박쥐, 오리 등 조류가 가장 많고, 돼지나 모기 등이 매개(媒介)가 되기도 한다. 동물에게 있을 때는 크게 치명적이지 않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와서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일으키는 과정을 알려주는 책이다.

바이러스가 대체 무엇이고, 왜 21세기에 그로 인한 전염병을 더욱 염려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바이러스, 삶과 죽음 사이’(이재열 지음, 지호)를 읽어보자.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인 저자가 바이러스의 모든 것을 쉽게 설명한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생물체인 바이러스는 단백질 외피 속에 핵산(DNA 또는 RNA)이 들어있는 형태로서 반드시 다른 생물에 기생해야 자기복제를 할 수 있다는 기본적 정의부터 책을 따라 읽다 보면 왜 바이러스가 큰 문제인지 잘 알 수 있다.

사실 전염병은 감염력이 강한 질병을 통칭하는 말로서, 박테리아(세균)성 전염병과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나뉜다. 그런데 콜레라나 결핵과 같은 박테리아성 전염병은 항생제를 통한 치료법이 있는 반면,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이렇다 할 항바이러스제가 없다.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을 사용한 예방법이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진화를 통한 변형 속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서 번번이 인간의 예방책을 뚫고는 변종의 형태로 재등장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과 ‘상리(相利) 공생’은 할 수 없다 해도 인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존할 방법을 찾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한다.

‘전염병 시대’(이충 옮김, 소소)를 쓴 폴 이왈드는 조금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그 역시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우리 시대 가장 골치 아픈 문제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책의 독특한 점은 급성이 아니라 만성 전염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독감 같은 급성 전염병은 쉽게 노출되므로 잘 알려진다. 반면 만성 질병은 전염병적 시각에서 취급되지 않게 마련이다.

따라서 소아마비, 간염, 위염, 소화성궤양, 자궁경부암 등이 모두 감염에 의한 전염병이라고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작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배리 마셜과 로빈 워런이 1980년대에 헬리코박터파이로리라는 박테리아가 위염을 일으킨다고 주장했을 때 사람들이 쉽게 믿지 않았던 것은 유명한 얘기다. 어쨌든 지금은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암이나 정신병도 감염에 의한 병일 수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다. 만성 전염병은 대인 접촉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해도 잠복기가 긴 만큼 병원체를 가려내거나 백신을 만들기 어려워 훨씬 위험하다는 게 저자의 얘기다.

또 저자는 바이러스가 항상 온순한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은 아님을 지적한다.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숙주를 모조리 죽이는 악성 병원체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책은 바이러스의 진화를 연구해 가급적 온순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손을 쓰는 것이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전학도 인간이 아니라 병원체의 유전자 연구에 집중할 것을 주장한다.

한편 전염병 중에서도 ‘정체 불명’이라는 최고의 악명을 떨치고 있는 것이 광우병이다. ‘원자폭탄 만들기’라는 논픽션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리처드 로즈가 쓴 ‘죽음의 향연’(안정희 옮김, 사이언스북스)은 광우병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학자들의 세계를 밀착 취재한 것이다.

‘광우병’은 병에 걸리면 소가 미친 것처럼 행동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고기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되어 이른바 ‘인간 광우병’, 즉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에 관해서는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다. 책은 양(羊)의 스크래피병, 밍크의 전염성 밍크 뇌증, 소의 광우병, 인간의 쿠루병과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을 추적하여 뇌에 구멍을 뚫는 이들 질병이 과연 종(種)을 넘어 감염되는지 또 병원체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현재 우리가 아는 것은 ‘프리온’이라는 전염성 단백질이 병원체로 보인다는 점뿐이다. 이것은 현대 생물학의 기틀을 뒤흔든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다. 병원체가 복제되려면 핵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인데, 핵산 없이 덜렁 단백질이 전염성을 가진다니 정말 믿기 힘든 일이다. 단백질의 전염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밝혀지지 않았을 뿐 이 또한 바이러스성 전염병일 것이라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다. 저자 또한 바이러스적 접근법이 사장되는 것을 우려한다. 그리고 잠복기가 길고 종간 감염의 소지가 불분명한 이 질병이 자칫 끔찍한 재앙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사실 전염병은 우리 시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염병은 늘 인류와 함께 했고 문명의 발달 단계에 따라 양상을 바꿔가며 인류를 괴롭혔다. 윌리엄 맥닐이 쓴 ‘전염병의 세계사’(김우영 옮김, 이산)는 이런 내용을 담았다. 문명, 생태를 전염병과 연결하여 대담하고 독특한 가설을 제기한 책이다.

김명남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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